북풍 병풍 세풍… 昌에게 부는 바람
청와대 입성의 꿈에 걸림돌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남북적십자 회담
개최, 금강산댐 공동 조사,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등 최근 한반도에 흐르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지켜보는 한나라당의 심기는 불편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임박한 거대한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이 대선을 위한 정권의 신북풍 공작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는 공사 예정 기간이 3개월이어서 대선과 맞물려 있다. 굳이 연말에 완공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9월 18일 경의선 착공식에 대한 논평에서도 “2년 전 착공식이 있었으나 북한의 무성의로 중단됐던 것인데,
정부는 수해복구보다 대북 업적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정권의 대북정책이 이회창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정일 답방’ 공포
한나라당이 북풍을 이처럼 경계하는 이유는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대권가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햇볕정책 대미 장식과 남북관계 붐이 조성될 전망이다. 햇볕정책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6·15’ 감동과 ‘김정일 신드롬’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이 후보가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보수 수구 냉전 세력이라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남북 평화
분위기가 흩어졌던 반(反)이회창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풍이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북풍을 이 후보의 강경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의 답방이 아시안게임 기간 중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북한 군부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개방 개혁 정책에 부정적이며, 김 위원장도 누가 집권했을 때 답방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지 저울질 할
것이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김 위원장이 답방하려면 2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답방이 성사되더라도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후보측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일어나고 사회가 어수선해지면
여당 후보가 정치적 상승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풍, 꺼지지 않는 불씨
북풍과 함께 한나라당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이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해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이다. 특히, 민주당은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사건을 이 후보 검증의 ‘2대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중 두 아들의 병역문제는 이 후보의 최대 약점이다. 민주당은 내부분란 중에도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끝까지 파헤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실제로 ‘이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과 관련해 확실한 증거가 포착돼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9월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이 후보의 첫째 아들 정연씨 병역면제와 관련, 김도술씨와의 금품 거래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병무청 직원을 통한 금품거래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며 “1999년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장이던 고석 대령이 모군의관으로부터 이
후보 둘째 아들 수연씨의 불법면제 진술을 확보했고 모 방송국 L기자는 이 사실을 취재하다 3000만원의 금품거래 사실을 확인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좀체 드러나지 않고 공방만 첨예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병역비리의혹을 폭로한 김대업의 전과 자격시비 등 역공을 펼쳐온 한나라당은
최근 선호형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서울구치소에서 김대업과 수감생활을 같이 했다는 선씨가 “민주당 천용택 설훈·의원, 서울지검 박영관 부장검사가 김대업과 병풍협의를 했다”고
제보한데 이어 24일 한나라당은 선씨가 테러를 당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에 김대업이 개입됐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병풍이 대선정국에
어느 쪽으로 튀는 폭탄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풍 불지피는 민주당
‘이회창 후보 낙마 시나리오의 결정판은 세풍이다.’ 민주당이 병풍에 이어 세풍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이종걸 의원
등 조사단을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있는 미국까지 파견하는 등 세풍에 힘을 쏟아 온 민주당은 이 전 차장에 대한 신병 인도를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장은 1997년 대선 직전 24개 기업들로부터 166억3000만원을 모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에 따르면 당시 모금은
신한국당과 이 후보에게 대선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핵심인물인 이 전 차장이 1998년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사건은 미결로
남게 됐다.
세풍사건이 재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그 파장은 ‘병풍’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연루의혹이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것이고,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의 송환문제가 불투명한데다 한나라당의 물밑 대응도 대단히 치밀하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