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다시 온다”
소득 대비 소비지출 늘고, 부동산 안정대책은 별 실효 없을 것 예상
우리나라
성인 남녀 대부분이 제 2의 IMF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병역면제는 의도적이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늘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았다.
소득의 50% 이상 과소비가 열에 넷 넘어
“조그만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경제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 10월 초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공동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한국의 거시지표가 좋아진 것은 구조조정 때문이 아니라 단기적인 재정확대와 근시안적 경제정책에 따른 일시적 회복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현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본지의 여론조사에서도 심각한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72.7%에 달해,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는 과도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대비 소비지출을 조사한 결과, 소득의 50%이상을 소비한다는 사람이 무려 44.1%에 달했다. 그 중에서 소득의 50∼70%가 20.2%였고,
70% 이상은 23.9%나 돼 과소비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소득의 30% 이내에서 소비를 한다는 사람은 불과 22.7%에 지나지
않았고, 30∼50% 사이가 23.6%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과소비를 이끄는 계층은 역시 20대. 20대의 46.1%가 소득의 50% 이상을 소비한다고 답했다. 30대는 의외로 소비가
적었다. 30대의 58.1%가 50%를 넘지 않게 소비하고 있었다.
한편, 20대의 61.7%가 월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나 소비구조의 개선이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은 46%나 돼 정부의 저소득층 구제 대책이 절실했다.
“재테크에는
부동산 투자가 최고”
정부가 속속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다.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는 실거래 가격으로 양도세를 물리고, 최근 5년 사이에 아파트
분양 당첨자에게는 청약 자격을 주지 않고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는 청약 1순위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런
안정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 집중화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도 다수가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별 실효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6.2%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현재와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거라는 답변이 63%였고, 전혀 쓸모가 없을 거라고 답한 사람도 13.2%나 됐다. 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5.4%에 머물렀다.
이 결과는 여전히 국민들이 부동산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을 늘리는 재테크 방법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부동산투자라고 답한 사람이 다른 대답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부동산투자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51.4%였고, 저축 28.7%, 주식투자 10.4%, 부업 7%, 계 0.8% 순이었다.
열에
여덟, “병역비리 있었을 것”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 씨와 차남 수연 씨의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되지 않았으며 이 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돈을 준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10월 25일 검찰이 공식 발표한 수사결과를 국민들은 어떻게 납득하고 있을까?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병역면제 판정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믿지 않았다.
국민 81.8%는 의도적으로 면제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체, 정신적으로 부적격했을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겨우 5.9%에 지나지
않았다. 나이가 젊을수록 의혹에 가능성을 두는 사람이 많았다. 50대 이상에서 58.7%가 의혹을 제기했지만 20∼40대는 85%가 넘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생각이 유연해졌음을 엿볼 수 있었다. 61.1%가 어떤 경우도 병역의 의무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양심적 결정이므로 탓할 바가 못 된다는 사람도 27%에 달했다.
이런 생각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 확산되고 있었다. 20대의 경우 33.8%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 경우 병역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답이 51.3%에 불과했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31.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구타와 군의문사 등 군 관련 사고가 비일비재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자식을 군대보낸다는 것에 대해서는 열에 일곱이 문제가 없다면 보내겠다고
했다. 연령별로는 역시 40대 이상이 80.7%로 압도적이었다. 보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은 23.9%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생각도 남성들과 크게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보내지 않겠다고 답한 여성이 23.3%로 24.2%의 남성보다 더 낮았다.
병역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배했다. 2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답이 28.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2년 2개월인 현체제를
유지(24.1%), 1년 또는 1년 6개월로 줄여야 한다(22.5%) 순이었다. 모병제(지원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도 23.3%나 됐다.
햇볕정책 중단보다 유지가 많아
최근 미국의 연쇄 저격과 인도네시아 발리섬, 필리핀 등지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는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들도 더 이상 한국이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테러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60.3%가 그렇다고
했고, 가능성이 없다고 한 사람은 21.4%뿐이었다.
북한의 핵개발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 쌓아 온 대북관계를 염두해 둔 탓인지 햇볕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햇볕정책에 부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34.9%에 불과했고, 52.7%는 유지하거나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