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직전에 학교선배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천거 “백수로 들어와 엽기돼서 나간다”, “다시 백수로 돌아가고 싶은데 굳이 뻘밭에 가라고 하니 뻘밭으로 간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온갖 화제의 중심에서 언론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유인태(柳寅泰·56) 전 의원의 이임사다. 이 말에는 약간의 주석이 필요하다. 백수는 그렇고 ‘엽기’라는 사뭇 튀는 표현은 유 전수석에 붙여진 별명이다. 유래는 정무수석 재직시에 충북 청원의 청남대에서 청와대 전용버스로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 버스에서 내리며 한 “엽기는 이제 물러갑니다”라는 인사말이 시초다. 그런데 그후 유 수석의 톡톡튀는 독설과 애교넘치는 기행이 겹쳐 ‘엽기 수석’으로 고정화되고 만 것이다. 또 ‘뻘밭’은 정계를 뜻한다. 즉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뜻이다. 유 전수석이 ‘내키지 않는 출마’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가 14대 총선에 당선했으나 그후 15대 총선과 종로에서의 보궐선거에서 연패해 주눅이 든데 기인한 듯하다. 술잔 부딪치며 ‘건배’ 대신 ‘긴장!’그러나 17대 총선에서의 상황은 달라졌다. 처음 도봉을에 발을 디뎠을 때의 지지율이 19.5%로 한나라당의 P후보 (14.4%) 와 현역인 설훈 의원(13.1%)
“신행정수도, 신도시 건설보다 대전광역시 활용하라” 비록 경제전문가는 아니나 지난 2월 18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의 송석찬(宋錫贊·52)의원이 행한 ‘경제에 관한 질문’은 다음날인 19일자 도하신문에 대서특필된 이헌재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의 답변으로 크게 빛나게 된 셈이 됐다.이 장관의 ‘현재 경기상황이 매우 어렵고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끌고 가면 5%성장도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거두절미한 답변내용이 크게 보도되었지만 절미한 부분을 보충하면 그토록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송 의원의 질의는 우리나라의 실업률과 관련한 걱정에서 비롯됐다. “실업률이 지난해 3.4%로 참여정부 최대의 해결과제로 되고 있으며 특히 청년실업률이 작년 12월 8.6%로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부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강조하였지만 정부의 금년도 경제성장목표 5%대에서 앞으로 더 성장목표를 잡을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인데 그 답변을 인용해 본다. 획기적인 실업구제 대책 마련하라이 장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제가 성장위주의 정책을 언급한 것은 현재 경기상황이 매우 어렵고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에 이런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45세가 정년이 된지 오래고, 56세에 회사에 남아있으면 도둑놈이 된 세상, 중장년층도 할 일없어 무기력에 빠진 요즘 노년은 말해서 무엇하리. 하지만 올해 76세를 맞은 이연옥 할머니를 만나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옛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느냐”며 이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이연옥 할머니, 이씨는 60세를 기점으로 소극적이고 내 가족밖에 몰랐던 삶에서 적극적이고 더불어 사는 '봉사자'로 거듭났다. 손뜨개, 무의탁노인 말벗 봉사이씨는 53세가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하고 근 10년간을 ‘멍하니’ 살았다. 평생을 주부로만 살았기 때문에 친구도 없고 달리 할 줄 아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소극적으로만 살면 너무 고독하고 비참하겠구나’라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 노인대학을 등록했고 그곳에서 풍수지리를 배웠다. “동서남북을 비롯한 모든 사물에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 인간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그들과 교감하고 싶었죠.”인간사이의 만남을
‘유권자운동연합’선정의 우수의원(2위)에 랭크 돼 “최병렬 대표체제로는 결코 17대 총선을 치룰 수 없다”며 그동안 끈질기게 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 왔던 한나라당 내 수도권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구당모임’은 최 대표가 2월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대회 후 대표직 사퇴’로 후퇴하자 일단 긍정적으로 수용한 듯 했다.그러나 막상 최 대표가 다음날인 23일에 전당대회 전 선대위 구상을 표명, 전당대회는 물론 총선을 총괄지휘할 선대위원회까지 주도적으로 구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자 ‘구당모임’은 이날 회의 후 즉각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구당모임’의 반격에는 당 3역을 비롯한 중진급 의원들도 가세하여 최 대표도 어쩔 수 없이 2월24일에는 ‘새 대표 선출 후 선거대책위 구성’방안을 전격 수용하여 한나라당의 내분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게 되었다. ‘구당모임’의 주 멤버는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권영세의원등이고 정병국(鄭柄國·46)의원은 대변인 격이다. 물갈이 운동 앞장, 지구당 위원장 사퇴정 의원은 1월24일 저녁 모임 후 “3월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법통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제2창당 준비위’구성을 요
“‘노정권의 대미 ·대북정책은 종잡을 수 없다’며 미국이 개탄” 16대 국회 마지막을 장식할 제245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첫 질의에 나선 최명헌(崔明憲·75)의원은 현정권의 비정을 날카롭게 추궁 급기야 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모든 정권은 정권말기에 가서 친인척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는데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서는 취임초기부터 허위와 가식 부도덕으로 점철된 측근과 친인척들에 의한 비리가 가득했던 것으로 검찰수사와 청문회에서 밝혀지고 있다”면서 “자신과 친척에 대한 혁명없이 무엇을 어떻게 혁명하겠다는 것이냐”고 맹격했다. 최 의원은 “현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에게는 충성을 잘 하는지는 몰라도 국가와 국민에 대해 함께 책임지고 노력하려는 자세는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서도 부족하다”고 단정 “이 시기에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참여정부의 대미·대북정책에 대한 최 의원의 비판은 매우 날카로웠다. “미국정부의 핵심부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속셈은 읽을 수 있으나 노무현 정부의 대미·대북정책은 종 잡을 수 없다’고 한다”며 힐난했다.미국, 6자회담서 중국보다 한국 못 믿어덧붙여 최 의원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할 수
국내 최대의 GIS(지리정보시스템) 전문회사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주)캐드랜드 윤재준(63) 사장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직원들과 각종 운동을 해도 오히려 앞서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연구개발과 영업활동으로 지친 몸을 이제서야 추스리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윤 사장.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있는 회사를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엔지니어 컴퓨터와의 만남당시 못 살았던 시절 “나중에 무엇이 돼야겠다 보다는 그저 돈 좀 많이 벌어 편히 살고 싶었다”는 것이 윤 사장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윤 사장은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군 제대와 동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엔지니어로서의 윤재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러한 엔지니어로서 윤재준의 인생이 바뀐 것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부터.美 마쿼트 대학원 졸업과 함께 1976년 그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입사한 곳이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만든 암달(주)이다. 하지만, 그에게 컴퓨터는 큰 호감을 끌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엔지니어로서 생활해야 하는
‘사하라를 달리는 일은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떠난 고행의 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 광활한 공간 속에서 아무도 없이 혼자 달린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의 그 고적함이란.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 마침내 피니시 라인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절정의 환희와 희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작년 4월 제 18회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안기형(41) 씨는 최근에 출간한 사하라 노정을 담은 책 ‘243km 사하라를 달린다’에 완주의 의미를 이렇게 적었다. 직장 생활 12년, 세 아이의 아버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한 남자가 사하라로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사하라 이후’ 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사하라의 기억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또 다른 사하라’를 꿈꾸기 시작한 안씨를 만났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1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나 자신이 대견하다." 안기형 씨는 사하라 마라톤 완주 이후 인생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영원한 정신적 고
“주머니 하나 만드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정도 걸려요. 성격 급한 사람은 답답해서 완성하기 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마음을 편히 갖고 천천히 수도하는 자세로 한땀 한땀 떠야 좋은 작품이 나와요.” 누비의 일종인 색실누비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현재 김윤선(47) 씨가 유일한 계승자다. 너무나 더디고 고생스러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작업을 그녀는 마치 도를 닦는 수도자처럼 묵묵히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20년 넘게 색실누비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김윤선 씨. 그녀는 "색실누비를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기쁨" 이라고 강조한다. 6개월에 한 작품, 기다림의 미덕색실누비는 일반 누비와 용도와 방법이 사뭇 달라 방한복이나 침구류가 아닌, 쌈지 바늘꽂이 수저집 반짇고리 등 생활소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 또한 천 사이에 솜대신 1cm 너비로 자른 한지나 면 끈을 꼬아 만든 실을 넣고 골 간격이 2mm정도, 바늘땀이 1.5mm정도로 매우 촘촘히 박음질을 한다. 곡선이 많아 재봉틀로는 할 수가 없어 옷을 만들 때보다 더 많은 공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평균 7시간 씩 매일 작업해야
“농업정책 중 농민의 환영 받은 정책있으면 내봐” 박관용 국회의장이 지난 1월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찬성이든 반대든 밤을 새워서라도 내달 9일에는 FTA안을 처리하겠다”던 장담이 무색하게 지난 9일 국회에 상정됐던 FTA 비준 동의안은 또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작년 12월30일과 금년 1월16일에 이어 세 번째 무산이다. FTA비준 동의안이 박 의장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무산되고 만 것은 이른바 농촌출신의원들의 일사불란한 반대와 그에 따르는 치밀한 작전 때문이다. 지난 본회의 때에 반대의 선봉장이었던 민주당의 이정일(李正一·57)의원은 이날도 반대연설에 나섰다. 우리나라 전 언론이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국회비준을 반대하는 농촌출신의원들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왜곡된 주장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몰지각한 의원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한·칠레 FTA동의안은 굴레를 쓰고있는 농민들 머리 위에 또다시 바위돌을 올려놓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농수산물 자유화로 폐농가 속출”이 의원은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농업정책 중 농어민으로부터 환영받은 정책이 있으면 하나라도 말해보라”며 “국가간 협정, 협약 등 경제협상 과정에서 농업이 피해
“팩스 한 장을 근거로 도주 우려 없는 현역의원 구속하느냐”호소 주효 서청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국회의 석방요구 결의안에 의해 지난 9일 구속된지 12일만에 석방되기까지 한나라당 박종희(朴鐘熙·44)의원 을 비롯한 30여 의원들의 끈질기고도 빈틈없는 작전이 계속됐다고 해서 화제다.서 전 대표에 대한 석방요구결의안은 찬성 158 반대 60 기권 2표로 통과됐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애당초 서 전대표의 석방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당 지도부는 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당 상임 운영위원회에서 석방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야 말았다. 한나라당의 ‘차떼기 자금’에 관한 여론을 의식해서였다. 그러자 박 의원을 비롯한 서 전대표측은 결의안을 먼져 처리해 달라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이에 강력히 맞섰다. 석방 결의안 제출에 앞서 분위기 체크상황이 이에 이르자 최병렬 대표는 본회의 직전 “자유투표를 하자”며 양보했다. 박 의원측은 이날 요구동의안을 한·칠레 FTA동의안이 시간을 끌것에 대비, 미리 손을 썼던 것이다. 박 의원 등은 이 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심지어 열린 우리당의 동향
안동선 의원(민주당·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갑·4선) 민주당에 복당 후 5선의 고지향해 전력투구 젊은 세대의 용퇴론에 대해서는 ‘정치는 화합의 결정’반박 민주당 토박이격인 안동선(安東善)의원이 재작년 12월에 입당했던 자민련에서 탈당 구랍에 본가인 민주당에 복당했다. 안 의원이 2002년 8월에 민주당을 탈당한 동기는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데 대한 불만이 터졌기 때문. 한동안 무소속을 견지했던 그는 여러 권유를 받아 정치적 색깔이 비슷한 자민련에 입당했다. 자민련의 안 의원에 대한 예우는 자민련 몫인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자리였다. 이와 관련 안의원은 ‘민주당에 비해 여러모로 여건이 나쁜 자민련을 택해 입당한 만큼 부담은 덜 하다’고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운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분당되고 색깔과 성분이 다른 당원들이 열린 우리당으로 떨어져 나가자 복당의 뜻을 굳혔다. 자신의 선거구에서의 자민련의 위상이 너무 낮아 총선에 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당원들의 양해하에 자민련 탈당 민주당 토박이인 안 의원은 죽으나 사나 민주당이 버팀목일 수 밖에. 안 의원의 탈당이 여느 정치인의 그것과 다른 점은 탈당의
강성구 의원(한나라당·경기도 오산시·화성시) 대정부질문의 전도사 ‘바보…’ 발언으로 충격파 국민의 마음 정치권에 시의적절히 전달 갑신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정치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검찰의 대선자금비리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위한 특검도 가동되었다. 정치권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지만 ‘게임의 룰’ 조차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를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우리 탓이요’ 하는 정치인이 없는 것이 오늘날 한국정치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언론 탓만 하는 정치권 날카롭게 비판 이런 의미에서 한나라당 강성구(姜成求)의원은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도하 신문 1면을 장식한 “바보들은 항상 언론탓만한다”는 강의원이 우리 정치에 던진 자성의 질타로 당시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제 240회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코넬대 출신의 존·밀러가 쓴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라는 책자를 들고 단상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언론관을 빗대며 신랄하게 비판하였던 것이다. 즉, 국가 지
외다리로 당당히 서다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 불어넣는 카운슬러 김진희 그녀는 너무도 밝았다. 처음 만났음에도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쏟아내고 조금이라도 재밌는 얘기가 오고가면 금새 까르르 웃어댔다. 마주한 사람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전혀 주눅들거나 쑥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그녀는 매우 당당하게 대화를 나눴고, 그러면서도 가끔은 여성스런 애교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름은 김진희(38), 절단 장애인이다.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 잃어 솔직히 고백하건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명랑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7년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2004년 아닌가.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 잘 나가는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1997년 3월 중앙선을 넘어온 5톤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전에 말이다. 그 사고로 그녀의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는 떨어져 나갔고, 오른쪽 눈을 제외한 나머지 얼굴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졌다. 4차례의 성형수술로도 원래 모습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남자도 떠나 보냈다. “자살 시도도 여러번 했어요. 내리막길에서 휠체어 잡은 손을 놓아보기도 하고, 벽에 머리도 박아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