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겅숙 기자]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일부 공개됐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의 시작’이 2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세계 최초로 10일 중국 베이징 완다 시네마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아시아 기자들에게 5분54초 분량의 아이맥스 3D 영상을 선보였다.
아이맥스 3D로 촬영된 이 대결 신은 마치 누아르 액션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둡고 거칠고 격렬했다. 어두운 도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땅에 두 발을 딛고 슈퍼맨(헨리 카빌)을 기다리는 배트맨(벤 애플렉)의 모습이 비장하다. 그런 배트맨을 공중에 부양한 채로 내려다보는 슈퍼맨의 모습은 땅과 하늘, 어둠과 밝음으로 대비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두 히어로의 대결은 결코 허황스럽거나 과장되지 않는다. 둘의 신체적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렸다.
어떻게 보면 배트맨은 인간이고 슈퍼맨은 초능력자라는 점에서 신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어떻게 신에 맞설 수 있나. 연출자인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이다. 해답은 평소 배트맨이 최첨단 무기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배트맨은 일단 자신의 온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배트 수트’를 입고 전투에 임한다. 직접 이어 붙이고 용접해 완성한 것처럼 보이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갑옷에 가깝다. 슈퍼맨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곳에 최첨단 무기를 숨겨놨다. 결정적으로 슈퍼맨에게 치명적인 ‘클립토나이트’를 창작한 총으로 슈퍼맨을 위협한다. 슈퍼맨은 베트맨의 공격에 점점 화가 나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고 배트맨의 몸은 건물의 벽을 뚫고 저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꽂힌다.
이 장면은 전부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다. 스나이더 감독은 특별영상 상영 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했는데 솔직히 난 아주 좋았다”며 즐거워했다. “두 영웅의 대결신은 전부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었다. 원래 비가 오는 설정이었는데 마침 진짜 비가 내렸다. 두 배우가 힘들게 찍었는데 멋지게 나왔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왜 대립하게 됐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진정으로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둘은 선을 행하는 방식에서 다른 철학을 지녔다. 목표가 같아도 그 목표에 이르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오해와 불신이 생긴다.
이 영화는 ‘맨 오브 스틸’(2013)에서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격렬한 전투 이후의 이야기다. 거대한 전투로 인류는 구원됐으나 도시는 파괴됐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배트맨은 그 전투를 지켜보며 고민에 빠진다. 전투 여파로 죽은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슈퍼맨의 책임은 없는가. 힘과 권력은 언젠가는 타락하게 되는데 슈퍼맨은 예외일 것인가. 신에 버금가는 슈퍼히어로의 존재는 자체로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 프로덕션 노트에서 스나이더 감독은 말한다. “배트맨의 관점에서 바라본 슈퍼맨을 그리면 흥미롭게 시작될 거 같았다. 브루스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슈퍼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슴 속에서 분노가 자라다가 얼마 뒤 언론에서 배트맨과 유사한 반감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슈퍼맨은 신적인 존재로 칭송받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의 공포어린 시선과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된다. 자신으로 인한 파괴와 상실에 괴로워하던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스나이더 감독은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있다”고 짚는다. “전통적으로 슈퍼맨은 선하고 옳은 일을 하는 정치성 없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사실 현실 세계에서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워너브러더스는 2020년까지 이어지는 DC코믹스 원작 히어로 영화들의 라인업을 최근 공개했다.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처럼 DC 유니버스는 DC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단독 히어로물을 개봉하면서 이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영화도 선보인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영웅이다. ‘배트맨’ 속 상징적인 도시 고담과 ‘슈퍼맨’의 메트로폴리스는 맞수 관계의 자매도시로 설정된다. 미국 뉴욕주 동부를 가로지르는 허드슨 강을 중심으로 뉴욕과 뉴저지 일대가 자리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보니 둘의 세계에 존재하던 인물들도 이 영화에 함께 등장한다. 배트맨의 영원한 조력자, 알프레드(제러이 아이언스)와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 그리고 슈퍼맨의 적수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가 대표적이다.
렉스 루터는 슈퍼맨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배트맨과 일치하는 점이 있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배트맨이 정의의 수호자라면 렉스 루터는 배트맨처럼 억만장자나 악당이다. 스스로 자신이 악하다는 것을 잘 안다. 소시오패스다. 역대 렉스 루터 중에서 가장 젊은 그는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밝은 색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캐릭터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캐릭터는 75년 만에 처음으로 실사영화에 등장하는 원더우먼(갤 가돗)이다. 원더우먼은 이날 공개된 최종 예고편에 잠깐 등장했다. 아마존 부족의 여왕으로 5000년 간 산 신비스런 인물로 그려진다.
이스라엘 출신의 가돗은 병역필 여배우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7개월 반 넘게 훈련받았다. 막강한 전사로 보이게 많은 무술 동작을 익혔고, 칼과 방패를 중심으로 한 무기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원더우먼’은 내년 6월23일 개봉한다. ‘저스티스 리그 파트1’은 2017년 11월17일, ‘저스티스 리그 파트2’는 2019년 6월14일 공개된다. 2018년 3월23일에는 ‘플래시’, 7월27일에는 ‘아쿠아맨’ 그리고 2020년 4월3일에는 ‘사이보그’가 개봉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는 플래시와 아쿠아맨 그리고 사이보그가 아주 잠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