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진정 대통령의 자질 갖췄나
요즈음
나라 전체가 온통 대통령을 뽑는 일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엔 대선이 뜨거운 화두로 자리 잡았고,
신문 1면은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장악된 지 오래다. TV방송사들도 후보 초청 토론회를 위해 심야시간을 비웠다. 후보자들 검증, 정책
분석, 지지율 변화, 합종연횡의 움직임 등 각 매체들이 생산해낸 많은 정보들이 유권자의 눈과 귀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보다 먼저 한가지 사실을 따져 보아야 한다.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는 지지율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유력 후보들이 진정 대통령의 자질이 갖추고 있는지, 다시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름대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질 검증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지가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도덕성’을 요구했다. 대통령 아들 등 사회
지도층의 잇단 부정·부패, 이로 인한 국정난맥상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기초적 의무 이행에 흠이 없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후보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격이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야 대통령후보로 나설 수 있고, 또 이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질이 필요하다.
첫째,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민주성과 개혁성을 갖고 있는가, 셋째, 일관성과 책임감을 지녀 신뢰할만한가.
대통령은 다양한 국민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수렴해서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시켜야 한다. 사회에서 또는 정치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차기 대통령의 주요한 해결과제이다.
따라서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남녀 차별적 언행을 하는 정치인, 냉전적 사고를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접근하는 정치인, 민생안정과 복지확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정치인은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런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민주화와 사회개혁은 오랜 반독재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적 대전제이다. 그러므로 모든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민주발전에
대한 명확한 소신과 이를 위한 개혁을 적극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더욱이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확산되어 가는 과정이므로
앞으로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소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대통령은 물론이고, 모든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 공인이라면 국민 앞에 한 발언과 약속을 정치생명을 걸고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고위직 인사들의 말 바꾸기와 약속 지키지 않기, 소신을 저버린 행동에 대한 국민의 환멸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만큼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동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른다.
따라서 부실한 공약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고, 공약(空約)이 될 공약(公約)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유토피아가 될 것처럼 선전하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김영삼 정부 때도 “신한국 건설”을 외쳤고, 현 김대중 정부도 “제
2건국”을 외쳤다. 그러나 5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신천지를 만들어 놓겠다고 외치는 것은 좋게 말하면 지나친 욕심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진정 대통령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보다 현실적이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이를
감시하고 명확히 따져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