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누구라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든 실시간으로 정보 전달과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이 출현하기 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은 인류의 소통과 정보 교환, 정보의 역사와 이론에 관한 치밀한 내용을 담았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의 신간이다.
방대한 분야와 해박한 지식 섭렵
글릭은 가장 대중적인 교양과학 작가 중 한 명이고, 그의 책은 전 세계 30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오스’ 출간 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책은 정보이론, 정보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설명하고 있다. 제임스 글릭 특유의 치밀하고 엄청난 양의 자료 조사를 통해 다양한 주제와 이론들을 흥미롭게 정리했다. 클로드 섀넌, 찰스 배비지, 노버트 위너, 러셀, 괴델, 앨런 튜링, 비트겐슈타인, 리처드 도킨스 등 유명한 학자 및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물론, 그들의 이론에 대해 다각도로 이야기하며 정보이론 분야에 대한 이해를 친절하게 돕는다. 또한 정보 통신 컴퓨터 수학 정보이론 통신이론 정보통신 정보혁명 암호 언어 심리 철학 유전 진화 과학사 생물학 물리학 비트 양자역학 위키피디아 구글 등 ‘정보’에 대해 그 어떤 책보다 방대한 분야와 해박한 지식을 섭렵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정보의 어떤 측면이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살펴볼 수 있다. 글릭은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아프리카의 북소리에서 시작해 정보의 역사를 찾아 상형문자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의 발명은 기록뿐만 아니라 범주화 일반화 논리 같은 사고체계 자체를 만들어냈다. 문자화된 언어는 진화했고 사전이 탄생했다.
사전의 발명으로 추상적 개념들이 분화돼 구체화되고, 지식이 체계화됐다. 인쇄술의 발명은 책을 만드는 속도를 향상시켰고, 정보의 광범위한 유통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을 견인해 서구사회를 근본부터 변화시켰다.
‘우주’이고, ‘물리적’이며, ‘생물학적’인 글릭은 정보의 이론으로도 독자를 안내한다. 정보를 정량화하는 것은 정보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에 섀넌은 정보를 ‘엔트로피’로 정량화한다. 섀넌의 엔트로피는 열역학을 다루는 통계물리학의 엔트로피와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정보이론은 물리학이 된다. 결국 롤프 란다우어의 ‘정보는 물리적이다’를 만나고, 존 아치볼드 휠러의 ‘비트에서 존재로’에 이른다. 우주는 정보가 된다.
정보는 물리적일 뿐 아니라 생물학적이다. 현대생물학은 DNA에서 시작됐고 생명의 핵심이 정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DNA는 네 개의 기호로 이루어진 정보테이프이고, 생명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계’다. 또한 유기물이 아니어도 정보를 전달하는 다른 ‘것’도 생명처럼 행동할 수 있다. 행운의 편지, 유행이나 종교 등 리처드 도킨스가 이야기하는 ‘밈’이다. 정보는 이렇게 생명을 넘어선 생명까지 포괄하게 된다.
21세기는 정보의 홍수시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전달되며, 세상이 가장 긴밀하게 얽힌다. 하지만 글릭은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은 삼가고, 정보의 관점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바라본다. 정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리고 정보가 왜 중요한지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