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품 불매운동 효과 있나?
불황업계 울상, 호황업계 활짝?
올 초 동계올림픽 최대의 이슈는 ‘오노’ 사건이었다. 누적되어 있던 반미감정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되어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단기간 매출에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국민적 단결을 이루어내지는 못했고, 그 기간
또한 지속적이지 못했다. 올 한해 반미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민적으로 확산될 만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촛불시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간식거리가 ‘맥도날드 햄버거’라는 식의 의미심장한 유머에 귀 기울여 보아야 할 때이다.
불매 운동의
의미
이미 우리의 생활에 깊이 젖어있는 미국 제품 사용이 스스로에게 갈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 또는 제품의 대다수가 미국산이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땐 기준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우리의 생활 전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 반미 감정이 무분별한 행동으로 드러날 때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에 대한 증오심과 그 여파로 인한 불매운동은 시민들이 시위 이외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반미 운동이다. 그런 이유로 불매운동이 많이 주장되고 있는데, 과연 단결이 잘 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경제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제1의 교역국이며, 외국의 직접투자 비중을 기준으로 해서 전체 투자액의 50%를 넘는 제1 투자국이라는 이유를 뒤로하고 라도
우리 국민 의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불매운동은 우리에게 오히려 실망만 안겨줄 것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미국이 일본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국민 스스로 가지는 자긍심이다. 불매운동에 대한 불씨만 당겨지면 무섭도록 철저하게 외면하는
그들의 신념은 높이 살만하다. 청소년들의 불일 듯 일어나는 반미 감정에 의한 불매운동을 기성 세대들의 안정적인 판단력으로 바로잡아 주고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나 효과 있나?
불매운동의 타겟으로 항상 지목되었던 맥도날드, 코카콜라, KFC 등은 높은 지명도 때문에 곤혹을 치뤄야 했다. 올초 15%으로 매출 감소를
겪었다던 언론의 보도와 달리 요즘 ‘맥도날드’의 매출은 크게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코카콜라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지만,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영화 속 미국인의 우상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007 어나더데이’도 타겟이 되어 개봉 전 시사회장 시위 및 영화 안보기 운동 등 소문은
많았지만, 확인해 본 결과,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의 홍보 담당자는 “올 초 급격한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일부 피해를 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미 감정의 분출을 좀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미군 장갑차 사건의 경우도 ‘SOFA 개정’ 요구 등의 현안 해결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어,
불매운동에 대한 감정은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하지만, 불매운동에 대한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듯 미국계 회사들은 조심스럽게 한국인들이 고용된 한국 자본의 한국 회사임을 강조한다.
GM의 계열사인 GM대우오토테크놀로지 또한 자신들은 미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기업으로 봐주기를 바라고 있다. 모기업인 GM이 여러 나라에
파트너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지 반드시 미국 기업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담당 홍보부장은 주장한다. 역시 별다른 피해는 없다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불매운동은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감정에 치우쳐 단기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기 보다는 꾸준한
‘체질바꾸기’가 선행되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초,
종이컵 업체 호황이라는데..
사이버 범대위(전국 네티즌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12월7일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비롯하여 14일, 21일 촛불 시위를 개최하여 효순이와
미선이의 넋을 달래었다. SOFA 개정과 미국정부의 공개사과를 촉구하며 모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름다웠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가운데,
여러 차례 시위로 인하여 양초와 종이컵의 매출 상승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촛불시위가 여러 번
있었으니, 당연할 것으로 여겨진다.
양초제조업체인 ‘안전양초’의 김희주 사장은 “이번 촛불 시위로 엄청난 매출 상승이 있을 거라는 추측으로 축하인사 또는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실상 피부로 느끼는 매출 상승은 없었습니다. 시위를 개최하는 주최단체에서 양초업체에 일괄 구매를 신청하는 것도 아니고, 단가가
낮아 일괄구매를 한다 해도 이익이 얼마되지 않습니다. 호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김일성 사망 소식이나, 전쟁 소식이 전해질
때에 매출이 늘어난다고 한다. “전시가 되면 물건을 구입할 수 없으므로 미리 양초와 같은 필수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고 말한다. 자칫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크게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오보가 나오고 이런 시기를 노려 돈을 벌려 한다는 억지소리를
들을 때면 답답하다는 김희주 사장은 “아마 지난 월드컵 때처럼 중간에서 물건을 떼어다가 시위현장에서 직접 팔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양초 업체가 있어서, 특정 업체가 떼돈을 벌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와 같은 미국계 햄버거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토종 브랜드인 ‘롯데리아’ 등의 업체가 호황을 누릴 거라는 추측도 빗나가고 있다. 결국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도, 업계 불황이나 호황도 단지 소문만 무성할 뿐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이다. 전국민의
관심 속에 촛불시위와 불매운동을 통한 국민의 힘으로 SOFA 개정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여전히 불매운동을 벌이는 사이버 범대위 등 많은 단체들과 국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SOFA 개정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