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노무현 대통령 당선>
대선에 망신살 뻗친 정치인들 |
지난
1년여의 긴 대선 레이스에서 진검승부를 펼친 민주당 노무현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57만여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노 당선자는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 우뚝 선 반면 이 후보는 눈물의 은퇴를 해야 했다.
희비의 쌍곡선은 두 후보에게만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정치적 입지와 실리를 좇아서 줄서기에 바빴던 정치인들의 손익계산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라이벌에서 실패자로
대선 과정에서 가장 손해 본 인물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일 것이다. 지난 여름 월드컵 열기와 함께 급부상한 정 대표는 민주당 노 후보가
주춤했던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이회창 후보의 대항마로까지 거명되었다.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에 패했지만 정 대표가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지고도 이겼다”며 그를 격려했다. 하지만 선거일 6일
앞두고 공동유세까지 나섰던 그가 선거를 불과 7시간 앞두고 돌연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러나 노 후보가 정 대표의 지지철회에도 당선됨에 따라 정치적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그의 오락가락 행보에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어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인제 의원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내 2인자로서 노 당선자와 국민경선에서 경합을 벌이다 중도하차한 이인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으로 당을 바꿨다.
이 의원은 김종필 총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 당선자에게 “급진적 사고를 가진 위험한 사람”이라는 색깔론을 제기하며, 이회창 후보를 밀었다가
낭패를 봤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에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승리해 정치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이 의원은 대선기간 중 미선이ㆍ효순이 사건에 대해 ‘도로에서 날 수 있는 교통사고’라는 식을 발언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다.
“계산을 잘 했어야지”
이른바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원로급 정치인들도 예상과 결과가 엇갈리면서 처지가 곤궁하게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박태준 전 총리, 김윤환ㆍ박찬종
전 의원 등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으나, 이 후보의 낙마로 위상이 초라해졌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마지막까지 ‘중립’을 고수해 그나마 위상에 입은 상처가 덜하지만 대선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들의 ‘낡은정치 청산’
요구에 거취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또 탈당 후 복당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나 민국당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승수 의원, 후보단일화를 외치던 김민석 의원의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로
보인다.
이밖에 ‘철새정치인’ 논란 속에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전용학 김원길 원유철 박상규 이근진 김윤식 강성구(이상 전 민주당 소속) 김용환 강창희
이완구 이재선 이양희 함석재(이상 전 자민련 소속) 안동선(민주당→정몽준캠프→자민련) 의원의 계산도 승패에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결론지어졌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