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맞는 예술의전당 김순규 사장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며 척박한 문화예술 시장을 개척해 온 예술의전당은
한층 발전한 새로운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의전당은 어떤 면모로 거듭나고, 한국의 문화예술 수준은 몇 계단이나 오를지, 이
청사진의 윤곽을 통해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예술의전당 김순규 사장을 만나 그동안 얻은 것과 앞으로 얻을 것이 무엇인지, 운영방식, 기획
방향 등을 들어보았다.
지난 10년간의 성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세계 10대 아트센터로서의 면모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아시아에서 단연 최고일 뿐 아니라, 워싱턴 디시의 케네디센터, 뉴욕의 링컨센터 등 세계적인 아트센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시설과 규모, 기능을 갖추었다.
두 번째로 확실한 순수예술 발표의 장이 됐다는 점이다. 오페라 전용극장이나 음악 전용홀등 전문시설이 갖추어져 고급예술의 발달과 저변확대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공연사에서 예술의전당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의전당이 한국예술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자부한다.
세 번째로 순수예술의 시장확립이다. 이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수요자가 만나는 예술시장규모가 적거나 미비했지만, 현재는 고정관객층을 상당수
확보했다.
지난해 재정 자립도 70%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특별한
경영방식이 있나.
세계적 아트센터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런던의 바비칸센터도 자립도가 40∼50%임을
볼 때, 연속 3년째 70%의 재정 자립도는 좋은 편이다. 앞으로 수익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70%를 유지할 계획이다. 공공문화기관으로서
수익에만 신경 쓰다보면 상업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초과하는 이윤은 공공예술에 투자할 것이다.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경영마인드에 입각한 합리적 경영 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프로그램 기획 때마다 사전에 예산과 수지 관계를 점검하고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한 브랜드마케팅에 매진해온 결과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
“맥주 마시며 공연 즐기는 광장 조성 중”
그 동안 ‘고급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순수예술의 저변확대
과정에서 한계와 어려움도 많았을 듯 하다.
역사적으로 일류 국가는 일류 고급예술이 있었다. 예술의 수준은 곧 국력과 비례한다.
지적으로 우수하고 창의성이 뛰어난 국민들이 일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그만큼 고급예술은 정부에서 육성해야 하는 분야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예술작품은 저절로 확산되지만, 고급예술은 정책적 노력 없이 시장원리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고급예술
향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의 숫자에 비하면 너무 적다.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시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많이 연구했다. 고급예술 품질을 향상시키고 마케팅을 활성화했으며, 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해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였다. 또 다른 방법으로 고급예술에 대중화된 장르를 도입했다. 장르확대는 세계적 흐름으로 젊은 관객들을
순수예술로 흡수시키는 효과가 크다. 이 같은 노력들로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우면산 자락에 동굴형으로 지어질 뮤지컬 전용극장은 기획단계부터
녹지훼손 등의 문제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안다. 어떤 합의 과정을 거쳤나.
진통을 겪었다는 것은 언론의 오해다. 오래 전부터 뮤지컬 전용극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뮤지컬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뮤지컬 전용극장은 국가적 위상과 서비스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구조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토지활용문제와 관련해 서초구청과 물밑작업을 해왔다. 결정 이전에 언론이 앞서 짐작해 사실이 왜곡됐다.
시즌제 도입과 문화광장 조성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나.
시즌제는 세계 유명 아트센터의 대부분이 적용하고 있는 제도로, 가을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예술의전당이 자랑할만한 정통 클래식 프로그램을 집중 소개하는 것이다. 시즌제가 도입되면 주제별 장르별로 기획한 공연만
엄선해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보다 전문화된다는 이점이 있다.
문화광장은 예술의전당을 보다 대중에게 가까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위치나 구조가 다소 격리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광장을 조성하면 거리감을 해소하는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월드컵 이후 필요성이 제기된 광장문화 조성에 앞장서자는
취지도 있었다.
작년 세계음악분수를 만들었고, 앞으로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야외카페를 조성해 3월에 무료 개방할 계획이다. 시민이 맥주를
시음하면서 공연실황을 스피커와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즐길 수 있도록 꾸밀 것이다.
“순수예술에 대한 파격적 지원 필요”
시민을 위한 대중문화예술공간이라는 설립 의도에 비해 교통이 불편하고
관람료나 부대시설 이용료가 비싸다는 불만도 많다.
잘 찾아보면 관람료가 싼 공연도 많다. 경비는 많이 들고 공연횟수가 짧은 경우,
또 관람 희망자가 좌석에 비해 넘치는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공연이나 전시가 된다. 하지만 결코 평균 관람료가 고가는 아니다.
교통은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지하철역이 멀다는 것이 문제다. 처음 도시 계획 때부터 전철역과 연결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교통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남부터미널역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를 구상중이다.
현재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화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피상적이고 상투적이다. 정부의
지원도 순수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미흡하다.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응용과학이 있듯이, 예술도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발전할 수 있다. 연극을 예를
들자면, 연극의 인력은 계속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같은 대중적 장르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연극에 보충되는 인력은 없다. 이것은
현재 우리 예술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입증해주는 것이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의 뿌리가 된다. 순수예술에 대한 보다 파격적이고 특별한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
두번째로, 고급문화의 대중화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 보다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며, 대중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캐치프레이즈가 “아빠, 우리도 예술의전당에 가요”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 예술이 뿌리내리게 하는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 꼭 돈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인식의 전환이 우선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