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속도가 붙으면서 성급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과 밀접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업무 검열·국회 대응방법 등의 지침을 담은 내부문건이 발견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에너지자원실로부터 입수한 '석유·가스·전력·석탄 관련 산하기관 관리 강화 방안'을 보면 산자부는 에너지와 자원 분야의 13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관리강화 방안을 수립했으며 주요 지침으로는 기관보고의 정례화, 언론대응의 사전공유, 그리고 국회의 요구자료 검열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리강화 방안을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산하기관의 △기관 현안 매주 보고 정례화·기관장 및 간부 일정 사전보고·협의 후 추진, △국정과제 등 핵심정책 사업 관련 사전 홍보계획 공유 △국회 업무·요구자료 사전 비공식 협의 후 확정 및 관심의원 대응 현황의 별도 보고 등이다. 아울러 산자부는 기관의 협의 누락 및 결정된 사안의 번복 등으로 인해 국회와 언론에 이슈화될 경우 기관의 담당자에게 인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기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의원은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자료의 검열과 현안별 관심의원 현황 보고, 그리고 이를 어길 시 기관의 담당자 인사책임 요구까지 헌정 사상 유례없는 다수의 조치들이 본 문건에 담겨있다”며 “지도감독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한 산자부의 이러한 조치들은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적 갑질과 더불어 언론과 국회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를 조직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 “문건 속에 지난 해 8월 한전 공대 설립 관련해서 한전 사장과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이 언급되는 걸 보면 문건의 생산 날짜를 유추해 볼 수 있다”라며 “신고리 5·6호기의 공론화위원회 출범과 문건 생산의 시기가 얼추 맞아떨어지며, 이는 정부가 본격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에 앞서 관계기관의 저항을 사전에 힘으로 누르기 위한 시도임이 분명하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의원은 “국내 유일의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은 신고리 건설 중단의 시도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 등 사업자로서 매우 무책임한 경영을 추진 중”이라며 “현행법상 엄중하게 다루어지는 배임의 혐의를 감내하면서까지 한수원이 비상식적인 탈원전을 강행하는 것은 분명 본 문건의 지침을 근거로 윗선의 강력한 인사협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주무부처의 장인 장관이 책임을 지고 모든 의혹들을 해명하고, 불응할 시 감사원 감사 청구·국정조사 요구 등을 통해 국회는 의혹의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