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광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평화
미국의
평화주의가 역설적이게도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있다. 걸프전 이후 석유부국이었던 이라크를 알거지로 전락시킨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라크 국민들을
빈곤의 늪으로 몰아 넣고, 오히려 후세인 정권을 더욱 강화시켰다. 후세인은 경제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부당한 처사를 강조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적 단결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이라크를 보면서 후세인의 악마성을 선전하며, 후세인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 뭔가? 결국 미국으로부터 파생된 평화를 위한 선택이 이라크 국민들의 고통을 강요하고 전쟁의 명분이
되고 있지 않은가?
“힘이 곧 정의는 아니다”
반전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 유엔 관리 데니스 할러데이는 구호담당관으로 일하면서 직접 목격한 이라크의 실상에 대해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매달 수천 명씩, 10년 동안 100만∼150만 명이 숨졌다면 이것은 대량학살이 아니라 무엇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그가 학살의
주체로 지목하는 대상은 이라크의 후세인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는 전쟁과 제재로 피폐한 이라크를 “미국에 인질로 잡힌 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위협에 대해 “힘이 곧 정의가 될 수는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마치 로마제국처럼 자국의 힘을 과시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런 국가의 선동에 벌써
취해버린 듯 하다. 뉴스위크가 2월6∼7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7명이 대 이라크전에 지지입장을
밝혀 부시정부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응답자의 60%는 유엔 무기 사찰단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밝혀내지 못 하더라도 대 이라크전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니 놀랄 일이다.
정부가 2001년 9.11테러 이후 자기방어 기재에서 흘러나오는 공포와 폭력성을 자극한 결과다.
이라크의 석유가 탐이 나는 미국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런 미국에게 동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과 궤를 같이 하지 않을 경우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엄포 때문에 할 수 없이 지지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무서워서 입바른 소리를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을 잠정적으로 지지해왔던 독일·프랑스·러시아도 미국의
대 이라크 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일방적인 미국편들기에 나섰던 유럽이 이 기회를 빌어 무엇이 진정 평화를 위하는 것이며,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수행하는 진짜 이유가 석유때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라크의 평화는 단지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손에 쥐게 되면 세계 주요 에너지원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매파는 빠른 시일 안에 전쟁을 끝내고, 새 정부를 세워 ‘민주정부’라는 간판을 내건 뒤 거대한 미군기지를 주둔시켜 석유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길 바라고 있다.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엔이란 존재는 이미 미국의 수하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미국의 결정이 곧 유엔의 결정이다. 우리가 믿는 유엔의
평화는 미국의 평화지 결코 전체의 평화는 아니다. 자기이익을 위해 전쟁마저 서슴지 않는 폭력과 광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평화를 진정 평화라 부를
수 있을까?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