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를…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공식 취임했다. ‘참여정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새 정부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중시하는 국정운영을 통해 한국사회를
변화와 개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여건은 결코 순탄치 않다. 당장 북핵문제가 한반도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어 남한의 경제상황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이라크전 개전 가능성을 놓고 국제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어 경제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의 대북송금 문제나 검찰의 SK그룹 수사에서
드러나듯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과 취약성들이 불안요소로 잔재해 있다.
또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개혁과 통합’ 또는 ‘성장과 분배’라는 국정목표 자체가 두 마리의 토끼처럼 동시 달성이 어려운 것이며, ‘386세대’
등 젊은 그룹에 의해 시도되는 새로운 개혁에 우려의 빛을 보이는 국민들도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 이어 새 정부도 소수정부라는 정치적 제약 아래 놓여있고,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지기반의 확충문제도 여전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취임하자마자 사면초가의 위기상황에 봉착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할까? 해답은 ‘국민’에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난관은 국민과 함께 할 때만이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과 새 정부의 첫 과제는 무엇보다 국정운영에 국민적 신뢰와 동참의 폭을 확대해나가는 작업이 되어야할 것이다. 새롭게 설정해나가는
대북관계나 대미관계, 대재벌관계, 야당과의 관계 등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명분뿐 아니라 성실한 계획까지 갖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혁과 통합’이라는 목표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정운영에 기틀로 자리잡아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것이 노 대통령이 밝힌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넘어야할 산들은 험준하다. ‘북핵해결’ ‘재벌개혁’ ‘부정부패 척결’ ‘빈부격차 해소’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일거에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과용이고 교만이다. 5년의 재임기간 동안 국민의 합의 속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취임초기 이벤트성 개혁조치로 국민적 지지를 얻기보다 굳건한 국민적 지지 속에서 지속 가능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출범 초기엔 희망찬 모습으로 개혁의 행보를 내딛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 하지만 예외 없이 정권말기에 다다르면 부정부패로 곪아터져 국민에게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을 온다”며 서릿발 같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민주화를 위해 피눈물 흘렸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결국엔 고개숙인
채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퇴임하는 그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부단하게 자기성찰을 하면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독선과 아집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들도 5년 후 환호 속에 미소 지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갖게 되길 바란다.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