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슬픈 자화상을 보며
검찰인사
반발파문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들이 공개 TV토론을 가졌다. 헌정사상 처음이자 때로는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던 토론회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인사문제에 치중해 검찰개혁이라는 큰 틀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에서부터 노골적인 인신공격성 질의로 격앙됐던 토론 분위기의 문제점,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과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선 검사들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태도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일례로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회 후 인터넷에는 ‘안하무인이며 논리없이 자기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을 이르는 단어’란 뜻으로 ‘검사스럽다’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또 이를 빗대어 ‘검사 3년이면 부모형제도 못 알아본다’는 등의 속담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눈에 비친 검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따뜻하게 포용해 달라”는 아부성 발언을 제외하면, 평검사들이 두 시간 동안 내뱉은 말은 “검찰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라” “검찰인사위원회를 설치하라”로 요약된다. 검찰 인사권 문제가 제도적 독립성을 갖춰지게 되면 검찰개혁이 이루어진다는 무지한 소망
때문인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것인지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
검찰개혁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명망있는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있어 왔고, 이에 대한 연구나
제도적 조치도 폭넓게 준비됐지만, 검찰 스스로가 이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며,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읽게 된 원인을 잘 못 짚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검찰의 정치예속화는 인사권 등 제도의 미비 때문이 아니라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고, 스스로 굴종의 길을 걸어온 검찰 자신의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언론인들이 감옥에 가고 해직을 당하면서 스스로 언론자유를 지켰듯이, 검사도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했다.
검찰은 새정부에게 독립성을 간청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엄정하고도 중립적인 수사와 내부개혁을 통해 스스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전통으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바른 길일 것이다. 검찰의 상처받은 자존심은 그렇게 할 때 회복할 수 있고, 국민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민변이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한 양심수 어머니가 패널로 참석한 검사에게 “우리나라 검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 계신 검사님은 웃기도 하고 인상도 좋으시네요”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국민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이 어떤 모습인지 검사들은 스스로가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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