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장래 위한 종합적 통제기능 필요
세계인들이
우려하던 이라크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산업의 피해도 수출 뿐 아니라 내수부문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미 재계회의 미국측 위원장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하려 했으나 이라크 전쟁 여파를 염려해 전격 취소했다. 또 KOTRA도 4월말 세계 다국적기업 아시아 본부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우리 경제,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참석하려던 캐나다계 회사들이 불참을 통보해왔다. 또
서울 삼성동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금형전시회에 미국 캐나다 등 11개 업체가 전쟁을 이유로 참가를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이 5월 중순 서울 국제전시장에서 열 예정인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행사도 이라크 전쟁 때문에 참가규모가 줄어들 상황이며, 서울식품전(4월),
생활용품전(5월)도 해외바이어와의 상담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사우디에 안경테 8만 달러치를 수출하려던 회사는 바이어의 주문 취소로
상담이 연기됐고, 어떤 회사는 이란과 시리아에서 주문한 전자저울 10만 달러치 선적을 중단했다 한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3월20일부터 불과 사흘만에 한국무역협회에 신고된 수출 피해 사례가 330건에 5,000만 달러에 이르고, 수출상담 중단
또는 취소 사례가 170여건에 3,8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는 동남아의 괴질까지 겹치는 악재로 부도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라크 전쟁의 기간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3~4주안에 끝나
국제유가가 조기에 배럴당(두바이산 기준) 25달러 이하의 안정권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지금 상황에서는 단기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전쟁이 빨리 끝나면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리고 기업들의 투자의욕도 되살아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주식시장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안정되면 수출호조가 지속돼 경제성장률도 부진에서 벗어나 5~6%의
목표치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밋빛 전망은 이라크 전쟁이 끝난후 북핵문제가 잘 풀리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북핵 위기가 계속돼 강대국 간의
갈등이 전쟁후유증으로 나타나 우리 경제를 계속 압박하면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2~3개월 이상 질질 끌고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치솟는 상황이 되면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여기에 북한 핵위기가 풀리지 않아 4월 예정인 무디스의 방한 조사에서 국가신용 등급마저 떨어지면 우리 경제는 또다시 위기에 빠질 것으로 염려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전쟁이 3~6개월 계속되면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1개월을 넘기더라도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는 재정확대-금리인하-감세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위기수습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유럽 등 선진국 투자자들에게 북핵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월드컵으로 고양된 국가홍보를 강화해 투자의
이탈을 막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우리에게 분명한 목표가 주어졌다. 어떻게 이어온 나라인데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이란 한배를 타고 폭풍우와 풍랑에
맞서 헤쳐 나가야한다. 정부는 물론 국민 하나하나가 똘똘 뭉쳐 경제의 기본을 하나씩 다져야한다. 그리고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힘을 합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위기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한다. 정책의 구심점에 대한 혼선을 정리해 가야한다. 국가장래를 위한 종합적인
통제기능을 살리고 제도화해야한다. 그러면 국민 모두가 불안심리를 훌훌 털고 착실히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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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구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