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처를 다시 받을 순 없다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서 최근 서민들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특히 6.25 전쟁을 거친 세대들은 전쟁의 참상에 몸서리치고 있다.
그러나 전후세대들은 영화나 TV에서 그저 공상영화를 보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실로 안타깝 다.
일산의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다. 한국군 파견 문제가 뉴스의 초점이 되자 선생님께서 전쟁에 대한 원고를 모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크루즈 미사일 성능이 어떻고 스텔스기가 어떻고…’하는 내용으로 원고지를 채웠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게임이나 하는듯한
생각과 이해가 전부였다.
선생님이 안 되겠다 싶어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심하게 다친 모습이며 피를 흘리는 희생자들이 담긴 신문을 보여 줬다. 공습으로 공포에 질린
사람들과 포로로 잡힌 미군들이 고통 당하는 모습을 VTR을 통해 본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실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린이들까지 생겨났다. 전쟁의 슬픔과 참상, 고통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느끼는 분위기였다. 어린이들의 글짓기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전쟁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했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 줘야겠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돕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도 다양해졌다.
지금 필자는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고 싶지 않다. 우리가 승자 편인 미국의 입장에서도, 피해를 입는 이라크 국민의 입장에서도 슬프고
안타깝다. 도대체 분명한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흘리며 모래 폭풍 속에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 자신에게 눈을 돌려보자. 우리는 지금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운 경기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온갖 악재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동향이 심상치 않다. 북핵문제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이
다시 내려갈 곤경에 처했다.
최태원 SK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SK글로벌 사태, 가계채무로 불거진 카드채 문제와 중국과 동남아지역을 엄습한 괴질 ‘사스(SARS)’
파동,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고율 상계관세 부과 등 새로운 변수가 줄을 잇고 있다. 무역적자폭은 날로 늘어나는데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고질적인 남북문제가 다급한 우리의 발목을 건건이 잡는다. 그러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있는 우리의 처지를
어떻게 풀어가야만 할까-. 필자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 살리기’에 둬야한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과 국가지도자들이 국정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한다. 북핵문제와 전쟁의 위협을 불식시키고 ‘정말 평화롭고 실제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제도와 환경을 갖춰야한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시각을 확실히 돌려놓는
데 온 힘을 쏟아야한다.
우리는 5천년 역사를 지켜오면서 숱한 상처를 안고 있다. 외적의 침입에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 국권을 빼앗긴 적도 있다.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하고 엄청난 인명학살을 당한 기억도 생생하다. 한일합방과 6.25 동란은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가족들이
남북으로 헤어져 울부짖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 이어 우리는 북핵문제에 따른 북미간의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 북미간의 문제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당사자다. 지금 김정일을 앞세운
북한의 지도자 그룹은 체제수호를 위해 전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애꿎은 북한동포들은 경제의 기본도 모른채 고통을 받고 있다. 이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힘이다. 우리에게 강력한 힘과 경제력이 있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젊은 군인들이 폭염이 몰아치는 전쟁터에 보낼 필요가
없다.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참자. 우리가 사랑하는 부모와 처, 자식을 위해 참자. 그리고 힘을 키우자.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가.
기필코 밝고 희망찬 새 봄을 맞아보자.
http://www.sisa-news.com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구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