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
부동산 비수기인 데도 서울 강남권에서 '3.3㎡당 1억원'을 육박하는 거래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정부의 광역 규제로 인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다시 강남으로 회귀하는 '역(逆) 풍선효과'의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전용 84㎡(30층)가 34억5000만원에 계약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주택형은 공용면적을 포함해 117㎡(36평)으로, 3.3㎡당 환산 가격은 9857만원에 달한다. 이 거래는 잠원동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실거래가로 기록됐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3.3㎡당 1억원'은 집값 상승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3㎡당 1억원짜리 거래가 나온 것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거의 유일했다.
이 단지 전용 59㎡(24평)는 지난해 8월 23억9800만원에 팔려 처음으로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전용 84㎡(34평)이 34억원에 계약됐다. 반포동 개포동 등의 저층 재건축 대상 아파트나 초고가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 3.3㎡당 1억원 거래가 나온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올해의 경우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59㎡(27평)가 지난 6월 25억원에 거래된 이후에는 1억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뜸했다.
하지만 최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8㎡(45평)와 112.99㎡(45평)도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에 각각 45억원과 44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나며 3.3㎡당 1억원짜리 거래가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그동안 초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에 대한 규제 영향으로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셋째 주(21일 기준) 현재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9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강변 초고가 아파트 밀집한 서초구(-1.74%), 강남구(-1.63%) 등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격한 바뀌었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값은 지난 10월 첫째 주 상승을 멈춘 이래 보합(0.00%)과 하락(-0.01%)을 오가다 최근 강남 지역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거래가 재개되자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급격한 오름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지난 주 0.09%, 강남구는 0.08% 각각 올라 5주 연속 상승하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시중 과잉 유동성에 강북이나 부산 등 일부 지방도시에서 20억원 이상 거래가 나오기 시작하자 서울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서울로 회귀하는, 이른바 '역 풍선효과'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 규제가 전국 단위로 확대돼 이 같은 역 풍선효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구입하는 '갭투자' 부담을 낮춰 투자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유동상 장세가 끝나면 집값은 하락할 수 있다"면서 "단기 급등지역에서 초고가 아파트를 사는 것은 좀 위험해 보인다. 많이 오른 것이 최대의 악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