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 사는 삶이 행복이죠”
외로움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브니엘의 집’ 박상준
원장
장애인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불편함이 아닌 ‘외로움’이다. 정상인이라 자청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소외되는, 그래서 너무나 큰 쓸쓸함과 고독으로부터 싸워야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형벌이다. 세상이 부여한 가슴아픈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며 고군분투하는 한 영혼이 있다. 서울
마포구청 옆, 좁다란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브니엘의 집’ 박상준(37) 원장. 첫 대면에서 그가 맨 처음 내뱉은 말은 “두렵다”였다.
소아마비 지체1급 장애인인 박상준 원장은 "내 자신이 장애인으로서 뼈저릴 정도로 외로워봤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사회 속에서 어울려 사는 삶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반대하던 이웃 이제는 한 가족
“힘들게 7년을 버텨왔는데 이제는 이곳을 떠나야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저의 신념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할 때가 다가왔나 봅니다.”
브니엘의집은 정신지체, 자폐, 뇌성마비 등 장애인 27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아니 박 원장까지 포함하면 28명이 사는 곳이다. 그도 소아마비
지체1급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죠. 우리에게는 편리한 장애인시설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해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죠.”
뼈저릴 정도로 외로워봤다는 박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굳이 땅값 비싼 서울에 브니엘의집을 세웠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훨씬 넓은 장소에 쾌적한
시설을 지을 수 있겠지만 그는 좁고 불편하더라도 사회에 섞이고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용이한 서울을 택한 것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장애인이 요양하기에도 좋지 않냐고 말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곳은 딱1주일간만 좋아요. 그 이후가 지나면
멍해지죠. 오히려 몸만 불편하던 장애인들이 마음에도 병이 생겨요.”
그러나 그가 서울에 자리잡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재정적 문제는 당연했고,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이웃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대하던 이웃들이 지금은 막역한 사이가 됐어요. 우리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식사에 초대하기도 하죠. 자녀교육에도 좋고 보람도 느낀대요.
이제는 오히려 다른 곳으로 가지말라고 붙잡아요.”
“로또복권을 사야겠어요”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그들과 어울려 사는 삶이 적응되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정부에서 2005년 7월까지 인가시설로 등록하라는 것이었다.
인가시설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입소자 1인당 6∼7평의 대지를 보유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평 이상의 건물을 소유해야하는데 서울에서
그 정도의 집을 얻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인가시설이 되면 정부에서 지원금을 줍니다. 하지만 정작 지원금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인가시설이 되지 못한 영세한 곳이 아닐까요? 대안은
제시해주지 않고 정책만 밀어붙이니 우리보고 산 속으로 가라는 말과 뭐가 다릅니까.”
답답함을 토로한 박 원장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동안 혼자 끙끙 앓아온 슬픔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여운을 남겼다.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비로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 가족들에게 다시 세상과 단절시켜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밖에 나가기 두려워하던
식구들이 이제는 먼저 영화보러 가자고 조르기도 합니다. 갔다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곳을 떠나면 그 행복은 사라지겠죠?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로또복권을 사든지 해야겠어요.”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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