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역대급 청약 흥행에 성공한 만큼 상장 후 주가 향방도 주목된다.
12일 대표 주관사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틀간 SK바사가 일반청약을 진행한 결과 증거금 63조6198억원이 걷혔다. 이는 지난해 IPO 열풍을 이끌며 최대 기록을 세운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를 근소하게 앞지르며 증거금으로 1위를 기록했다.
앞서 SK바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코스피 최고 경쟁률인 1275.47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IPO대어로 여겨졌던 SK바이오팜(835대 1)과 빅히트(1117.25대 1)를 뛰어넘는 수치다.
참여건수의 약 96%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금액에 몰리자, 일각에서는 공모가가 희망밴드(4만9000~6만5000원)를 넘어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청약 전 장외시장에서 호가가 20만원까지 오르는 등 투자자 관심이 고조됐지만, 사측은 공모가를 최상단 6만5000원에 확정했다.
높은 경쟁률에도 장외호가의 3분의 1 수준에 책정된데다, 대어급으로는 처음으로 '균등방식'이 적용되면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진 점이 맞물려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상장 후까지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IPO대어로 여겨진 코스피 상장사이자 같은 바이오 업종인 SK바이오팜만 하더라도 상장 후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이후 상한가)'에 이어 '2연상(이틀 연속 상한가)'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SK의 생명과학 사업부문이 단순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중추신경계와 항암분야 전문성을 갖고 있다.
SK바사는 바이오팜보다 청약 흥행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필요성이 커진 때 상장한다는 점에서, 상장 후 주가 향방도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바사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이다. 20년 전 동신제약을 인수하면서 백신사업을 시작했으며, SK케미칼이 68.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체 개발한 독감과 수두 백신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백신의 유통과 보관, 콜드체인 등을 맡고 있다.
최종경 흥국생명 연구원은 "백신 업계는 진입장벽이 높고 대규모 연구개발도 필요해 소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며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면서 백신 확보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성장성이 제한된 국내 백신 후발 사업자로 인식돼 기업가치 상승여력이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기회로 글로벌 백신 기업과 사업 기회가 크게 확대된 점이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상장 후 SK바이오팜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공모로 유입되는 자금을 포함 상장 후 시가총액은 4조97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조원 대에 상장한 바이오팜은 한때 20조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물론 청약 흥행이 곧 상장 후 주가 강세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순 없다. 앞서 글로벌 아티스트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의 경우 증거금이 58조4237억원이 모일 정도로 SK바이오팜(30조9889억원)보다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4대 주주의 대량 매도 등의 이슈로 상장 후 주가는 곤두박질친 만큼, 예상 못한 주가 하락 변수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증거금 환불 및 배정 공고는 12일 예정됐다. SK바사가 코스피 상장일 따상에 성공한다면 주가는 16만9000원까지 올라, 주당 10만4000원 수익을 거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