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한 한 걸음
장애인,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집수리 봉사활동 ‘해뜨는 집’
수유리 독거노인가정 공사 현장 | 변동 임대아파트 모자가정 공사 현장 | 마당할아버지네 공사 전 | 공사 후 |
가진 것이 없는 자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장마다. 새는 지붕을 받치기 위해 밤새 잠 못 이루기도 하고, 언제 넘어질지 모를 축대 때문에 공포에 떨어야 하는 이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몸이라도 건강하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피하기라도 쉽겠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이라면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때문에 열린사회시민연합 북부시민회는 이러한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을 비롯 청소년이 가장인 가정을 중심으로 1998년부터 ‘해뜨는 집’이라는
무료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름철 비 피해 대비 우선
“집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이 집에서만큼은 편히 쉴 수 있도록 고치는 일을 하죠. 지금까지 130여 가구를 손봤는데
아직도 해야할 곳이 많아요.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장되기 바랍니다.”
북부시민회 김진숙(33 여) 사무국장은 ‘해뜨는 집’ 활동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강북구에서 시작된 사업은 현재 송파 강서 구로 동대문
다섯 구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도배 장판 수도 단열 공사가 중심이다. 근래에는 비 피해가 예상되는 가정의 지붕과 전기 공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고 장애인 가구는 문턱 없애는 일이 주가 된다.
사업은 모두 후원금으로 이뤄지는데 올해에는 한화 KCC 대동벽지에서 벽지와 장판을 후원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건축관련 종사자가
주축을 이룬다.
“늘 봉사자분들께 감사해요. 자기일 하는 것도 바쁠 텐데 시간 내서 참가해 주니까요. 얼마 전에는 폐품을 팔아 근근히 살아가는 노부부 집
공사를 했는데 봉사자 한 분이 일을 하다 그만 지붕이 내려앉아 큰 사고가 날 뻔했죠. 다행히 뼈에는 이상 없이 찰과상정도에서 끝났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런 사고가 있었는데도 다음 번 공사 때 웃는 얼굴로 오시더라고요.”
“나의 행동이 이웃을 변화시킨다”
살림이 그다지 넉넉지 않은 회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이웃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베푼다. “너무 힘들어 내년에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봉사자도 더러 있지만 그러고 나서도 그 다음해에 어김없이 참여한다.
“사실 많이 힘든 일이죠. 하지만 이 힘든 일이 중독이 돼요. 누군가의 집을 고쳐 그 집이 변한 것을 보는 기쁨도 크지만 나보다 이웃을
위하는 한명 한명이 어떤 사심도 없이 함께 모여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해지거든요. 아마 그래서 봉사자분들도 계속 일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130여 가구를 수리하면서 어찌 그때마다 가슴이 안 벅찼겠는가.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공사가 일명 ‘마당할아버지’
집이었다. 주인 없는 마당에 움막 같은 집을 짓고 산다하여 ‘마당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움막은 성인이 똑바로 서있을 수 없는 아주 낮은
높이에 전기는 물론 단열도 안 돼 겨울에는 소주 한 병을 먹고 자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해뜨는 집’ 가족들은 그 곳을 4일만에 아주 새로운
집으로 바꿨다. 조립식자재를 이용해 외관을 새로 지은 것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단열과 전기 공사를 했다. 마당할아버지가
기뻐한 것은 물론이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한번씩이라도 이 일에 참여하길 바래요. 나의 작은 행동이 나를 변화시키고 이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문의: 02) 987-2304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