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지율이 아직 민주당에 뒤쳐져 있다. ‘아직’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굿모닝시티’, ‘대북송금 파문’, ‘150억+α’ 등의 사건과 신·구주류의
싸움으로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예전의 수구적인 ‘태’를 못 벗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응원단 관련 최 대표 망언
지난 8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를 방문한 후 대회 준비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한 소리를 들은 국민들은 아마도
흠칫 놀랐으리라.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산 아시안게임 때 북한응원단은 생각있는 국민들을 눈살 찌푸리게 했다”면서 “이번에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선수단과 응원단이 온 것 같으니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조직위에 당부했다.
북한응원단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가? 생각있는 사람들이란 누군가? 또 그렇다면 생각없는 사람들이란 또 누군가?
우리가 알기로 북한응원단은 부산 아시안게임의 ‘꽃’과도 같았다. 어디를 가나 그들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응원단을 보기 위해 일부러 경기장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그 결과 부산아시안 게임은 커다란 흑자를 내고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았다.
최 대표는 북한응원단이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속 벽을 허무는 게 못마땅했던 듯 하다.
최 대표의 말대로라면 북한응원단에게 관심을 보인 대다수의 사람들, 남북이 한 데 뭉쳐 응원을 하는 장면에서 한민족의 미래를 본 사람들은
‘생각없는 사람들’이다. 반면, ‘생각있는 사람들’이란 북한응원단을 쫓아내길 원하는(물론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일 것이다.
최 대표는 또 이번에 북한응원단과 선수단이 이례적으로 많이 온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신경을 쓰라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생각있는
사람’이다. 북한응원단을 사회주의라는 전염 바이러스를 지닌 격리해야 할 집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사 이익 챙기려 말고 먼저 변해라
최 대표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 후 “한나라당이 통일반대 정당이라는 수구적 이미지를 깨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앞의 사건처럼 그의 행보는
전혀 그렇지 못 했다.
그는 정 회장 자살 이틀 후인 지난 6일 네티즌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남북간 교류와 협력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정몽헌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 사흘 후 대구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달러를 줬더니 핵을 만들었다”며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돈은 못 준다”고 금강산 관광
지원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전향적 자세로의 변화를 기분 좋게 바라보다가 다시 뒷걸음질쳐 냉전 수구적 자세로 복귀한 그를 보니
씁쓸해졌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자신은 전혀 전진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잘못한 것을 꼬투리 잡아 이익을 챙기려 하니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통일반대 정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진정으로 깨려한다면 국민들에게 변화하는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