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여당인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굿모닝시티 로비에 휘말려 검찰
소환을 받고 소란하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마치 언론과 대치 상태에 놓여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우리 한번 주변을 돌아보자. 길거리에 나서서 요즘 경기에 대해 물어보라. 여름 휴가철이 겹쳐 있지만 말하기조차 꺼려한다. 지쳐있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우리 국민이 무엇을 먹고 살까 걱정스럽다”는 말을 했다.
정리해보자. 대통령 주변은 부패되어 있다. 대통령은 언론과 대결상태에 있다. 북한은 핵개발을 놓고 체제 보장과 돈을 달라고 한다. 금강산
개발에 참여하던 정몽헌 회장은 자살을 했다. 든든하던 국민기업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이 흔들거리고 현대자동차는 노조 등살에 평균 5천만이상의
고액 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돈을 들고 투자를 하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 돈 있는 사람은 ‘있는 돈 쓰며 편하게 살겠다’는 풍조가 팽배해 있다.
‘내 돈을 갖고 골치 썩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몽헌 회장이 수백 수천억 원을 날리고 자살하는 사태까지 낳았는데 무슨 애착과
여한이 있을 것인가?
우리 기업인들이 우리 땅에 투자를 안 할 때 외국 투자자인들 오죽하겠는가? 새로운 투자는커녕 투자하려는 것을 중지하고, 이미 투자한 돈도
다시 들고 나갈 것이 당연한 이치다. 새로운 투자가 없고 기업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돈은 당연히 돌지 않는다. 돈이 돌지 않으면 소비가
줄어든다. 결국 돈이 말라 버리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악순환의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돈을 벌고 달러를 손에 쥐어야 석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를 살 수가 있다. 원자재가
있어야 가공해서 다시 돈을 벌어오는 무역을 할 수가 있다. 우리 땅에 원자재 없이 팔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다.
우리 국민과 민족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한때 ‘5천년 역사를 자랑하면서 왜 이다지 어렵게 사는지’를 곰곰이 짚어봤다. 우리 민족은 머리도
있고 인물도 좋은 편이다. 진취적이고도 슬기도 있다. 눈썰미가 있어 짧은 기간에 정보통신 산업도 발달 시켰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와 핸드폰,
자동차-조선은 손을 꼽는 상태다.
우리의 자산도 살펴보자. 첫째, 인력 자원이 풍부하다. 같은 경쟁 위치에 있는 어떤 나라 보다 양질의 인력이 있다. 월드컵대회에서 4강에
올랐고 올림픽에서도 10위권 안에 들어 서 있다. 박세리-김미현 등 여자골퍼들과 박찬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하버드 등
전세계 유명대학에서 좋은 성적도 내고 있다.
둘째, 역사자원이 풍부하다. 5천년 역사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열강 속에서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한 채 살아온
슬기는 경이에 가깝다. 우리 스스로 소홀히 하고 있지만 우리가 유럽 한가운데에 있다면 엄청난 자원이 될 정도다.
셋째, 바다자원이다. 요즘 남북한이 ‘햇볕정책’을 계기로 우리 해안선도 많이 완화되었다. 새만금-위도 등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우리의 바다 자원은 무궁무진한 상태다. 급경사의 동해안은 청정지역으로, 남해안의 다양한 해안선은 수출무역항으로, 서해안의 갯벌은
해산물 양식장으로 개발될 수가 있다.
문제는 우리의 인식과 의식의 개혁이다. 우리가 더불어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분명한 기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 하나만 잘 살고 이웃은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해결의 열쇠가 풀리지 않는다. 힘 있고 가진 자가 먼저 풀어야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 있는
사람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권력과 조직과 자금,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진실을 알려야하고 잘못을 고쳐 나가야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도덕한 사람은 바꿔야한다. 강력한 여당을 자신이 직접 이끌어 가야한다. 언론 문제는 끌어안아 포용하고 잘못된 풍조는 전문가들에
맡겨 풀어나가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6개월이 된다. 시행착오도 없지는 않겠지만 국민과 민족이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역사는
한번 흐르면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후회할 겨를이 없다. 살얼음판 같은 위기의 화살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머리 숙여 희망과 용기
있는 정치, 그 슬기를 기대하고 싶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저서: 시사칼럼집 ‘21세기, 우리민족의 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