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미더운 집값 안정책
집
얘기를 해야겠다. 노 대통령이 최근에 집 없는 사람들의 설움에 대해 공감한다는 말을 했다. 자신도 학창 시절에 25번이나 이사를 다녀봐서
잘 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셋집에 살면서 항상 우리집을 갖고 싶은 큰 소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기 중에 주택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건교부 장관은 바로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중장기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그런데 영 정부의 정책이 미더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정부가 집값 부추겼다
올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무려 24건에 이르는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집값이 안정됐는가 하면 그게 아니다. 오히려
더 뛰었다. 믿었던 서민 중산층은 심리적 박탈감만 증폭됐다.
집값은 정부가 더 부추긴 감이 있다. 최근 국민은행이 자사의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지난 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1,467명을 대상으로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33%가 정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연 어떤 점에 있어서 정부가 실패했는가를 찬찬히 살펴보자.
정부의 초저금리 기조가 그 한 원인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이자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도 못 하고 오히려 손해다. 그래서 너나 없이
투기판에 손을 뻗쳤다. 은행은 또 장사가 안되다 보니 본연의 산업 금융 역할을 잊고 가계와 부동산 대출 업무에 주력했다. 즉 돈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못 하고 잘못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와 관련된 하나의 법칙이 생겼는데 바로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렸으면 돈의 쓰임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허튼 큰손들의 배만 불리지 말고 말이다.
또한 정책의 방향성을 지적해야겠다.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의 가치 훼손 정책이다. 너무 부풀려졌으니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거래를 억제하고 수요 가운데서도 투기 수요는 확실히
잡겠다고 한다. 그러면 부동산 값이 내려갈 거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올해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거의가 수요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공급과 관련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어떤 지역의 부동산 투기가
거세다고 거래를 감시할 것만이 아니라 그를 대체할 만한 다른 도시도 개발한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정부와 자치단체와도 손발이 전혀 안 맞고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시와 의회, 구청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는 재건축을 앞당기는 조례를 만드는가 하면, 용적률 강화 조치도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4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재건축 허용연한을 강화하는 기준연도를 3년 늦추도록 하는 조례 수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재건축 허용 연한 강화로 잠잠하던
재건축 시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강남구와 강동구 등은 이러한 서울시 정책에 편승해 아파트 용적률을 250% 수준으로 바꿔달라고 아우성이다.
대체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서민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알고나 있을까? 당신이 집을 장만하는 데 들였던
돈과 시간만큼으로는 지금 이 시대에 전·월세를 면키 어렵다는 사실을.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