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눔이 세상을 치유한다
거창한 계획 아닌 소박한 실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우리
가족은 사연이 많다. 사실은 내가 부모가 없다. 그래서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나의 부모는 도망갔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한부모가정아동장학사례집
‘내 자식같이 내 동생같이’ 中)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동은 1만57명으로, 하루에 27.6명 꼴로 아이들이 버림받고 있다고
한다. 비록 버려지진 않았지만 끼니도 못 채우고 배고픔에 고통받는 아이들은 더욱 많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만
있지는 않은지….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 더 중요”
작은 부스러기가 배고픈 이의 배를 채워줄 수 있을까? 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답은 예스. 부스러기 나눔으로 사랑이 가득 피어나는 세상을
꿈꾸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조그만 정성들이 모이면 배는 물론 가슴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6년 창립해 17년간 사회복지교육선교단체로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해 온 ‘부스러기’는 최근 나눔사업 중에서도 결손아동을 후원하는 장학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공부방 학생 중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에게 선생들이 자비를 모아 생활비를 지급하던 것이 현재는 200여 명의 학생을 후원하는
큰 사업으로 확장됐다. 중학생이하에겐 생활비를, 고등학생이상에겐 등록금을 전달한다. 그러나 경제적 후원이 전부는 아니다.
“물질보다 마음 채워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이경림(39 여) 사무국장은 “부모를 대신해 생활습관을 가르치고, 외로움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고3이 됐는데도 가르쳐줄 부모가 없어 이 닦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은 학생을 지도한 경우도 있다. “1주일동안 이를 안 닦기도 했는데
더럽다는 생각보다 가슴이 아팠다”며 “지금은 잘 닦는다”고 이 국장은 웃으며 말했다.
받은 도움을 되갚는 학생들
장학사업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전개하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대학생들과 연계해 ‘1대1공부모임’을 갖기도 하고, 매년 캠프를 가기도 한다.
장학사업 담당 이화선(28 여) 간사는 “공부모임에서 공부한 학생이 이제는 선생의 자리에서 이곳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슴이 매우 뿌듯하다”며
“대학생 선생님들을 보며 아이들이 꿈을 키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축제에서 바자회를 해 그 수입금을 기탁한 학생과 자기보다
더 어려운 학생에게 후원금을 양보한 또 다른 학생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도움 받은 걸 기억하고 그 고마움을 되갚으려 한다”며 공부방 학생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캠프는 결속력을 강화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다.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정을 나누면서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며
캠프의 중요성을 설명한 이 간사는 “연예인 주병진 씨가 앞으로 매년 전액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소외된 아이들은 너무나 많다. 이 국장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6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란 여학생이 있었어요. 적응을 못해 유흥업소에 빠졌는데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 했지만 갈 수가 없었죠.
결국 자살했습니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금쯤 이 자리에 있겠죠? 작은 사랑이 생명을 살릴 수도 있어요. 그게 부스러기의 힘입니다.”
문의: (02)365-1265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