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중국이 3번째 증권거래소를 수도 베이징에 전격 신설한다. 기존 거래소들과 달리 혁신 중소기업에 특화된 주식시장이다. 이르면 연말 거래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3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기업보다 초기 발전 단계에 있는 혁신 중소기업에 맞춤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재무 성과의 변동성이 심하고 운영 위험이 높다는 중소기업 특성을 고려해 자격을 갖춘 투자자가 주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상하이와 선전보다 거래 빈도가 낮고 보유 기간은 길며 중장기 수익률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증감회는 예상했다.
새 거래소에는 중국의 중소 벤처기업 전용 장외거래 시장 '신삼판'(新三板)'에서 12개월 동안 거래되고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가 상장된다.
거래소 첫 거래일은 주가 변동 상하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틀째부터는 가격 변동 한도를 30%로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중국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축사를 하면서 베이징증권거래소 신설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시 주석은 "(정부는) 중소기업의 혁신적 발전을 계속 지원하고 신삼판 개혁을 심화하겠다"면서 "베이징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의 주요 진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판 코넥스'로 불리는 신삼판은 지난 2006년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 입주 기업 전용 장외시장으로 시작했으나 2013년부터 전국 범위로 확대됐다.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신설을 언급한 만큼 설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일 기사에서 이르면 연말부터 거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증감회는 시 주석 발표 이후 낸 성명을 통해 베이징증권거래소가 신삼판에 상장돼 있는 우수 기업들을 기반으로 출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상장방식은 '상하이 과학혁신판(커촹반)'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촹반은 2019년 7월부터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증감회는 "베이징증권거래소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기존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와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감회는 또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기존 신삼판의 단계적 구조를 유지하고 주식등록발행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기존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를 실적이 검증된 대형 기업 상장을 위주로 하고, 신설 베이징증권거래소를 우수한 혁신 중소기업 상장 위주로 하면서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이 미국 증시 대신 홍콩이나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도록 추진해 왔다. 이런 시도 속에 베이징증권거래소 신설 계획이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은 미국과의 금융 디커플링(탈동조화) 을 보다 잘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이 비전은 중국이 자본 측면에서 미국과 대결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면서 세계 2대 경제대국인 미중 간 경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