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가 되어
독거노인 반찬배달, 장애인 교육 봉사 펼치는 ‘은빛공동체’ 박진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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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공동체' 박진승 목사. 그의 소원은 비닐 하우스가 아닌 좀더 좋은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몸이 불편한 이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의 한 비닐하우스엔
일주일 내내 사람들로 북적댄다. 연령을 불문하고 어린애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마구 들락날락대고, 특히 화요일은 소풍을 가는지 어쨌는지 오전부터
성인 열댓명이 모여, 지지고 볶고 음식 장만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놓고는 오후가 되면 썰물 빠지듯 싹 사라졌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 빈통들만
돌아온다. 누가 먹는지는 몰라도 참말로 먹성도 좋다.
매주 화요일, 50가구에 음식 나눔 사역
‘은빛공동체’. 독거노인에게 반찬 나눠주는 사업과 지체장애인에게 초등과정, 컴퓨터 교육 봉사를 하고 있는 단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교회인데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명칭을 그리 지었다. 행여나 ‘교회에 끌어들이려고 잘 해주는 건 아닌가’하는
부담감에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박진승(45) 담임 목사의 배려다.
1996년부터 시작된 반찬배달 사역은 처음엔 박 목사 홀로 꾸려나갔다. 후원자는커녕 봉사자도 없었기에 노모와 형수가 반찬을 만들어주면 박
목사가 10가구를 걸어다니며 배달했다. 그러다 조금씩 이 일이 알려지면서 봉사자가 생겼고, 배달해야 할 가구도 50가정으로 늘었다.
“죽은 지 2주만에 사체가 발견된 노인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노인들을 직접 만나면서 우리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들이 기다리는 건 반찬이 아니라 ‘사랑’이에요.”
한달에 한번씩 한 가정을 방문, 봉사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갖는다. 간만에 느껴보는 사람 사는 냄새에 노인들은 너무나 기뻐하고 자신의
순번이 빨리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간혹 차례가 돌아오기 전, 또 해달라고 성화부리는 노인들이 있어 애를 먹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수목금요일은 장애인 공부방이 열린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박 목사의 아내 강인희(34)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통학이 불편해 집안에만
갇혀있다시피 하는 장애인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진도는 더디지만 조금씩 깨우쳐 가는 그들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는 박 목사는
“구석진 곳까지 찾아와 봉사해주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박 목사에겐 한가지 소원이 있다. 현재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은빛공동체’ 보금자리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이라 많은 이들이 편안히 머물다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외진 곳에 있어 걸어오기에도 불편하다.
“우선은 차량봉사자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라 직접 모시고 와야하거든요.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데 아직 부족하네요.”
‘은빛공동체’의 교인은 30명이다. 남들이 볼 땐 턱없이 작은 교회일진 몰라도 그 안에 넘쳐나는 사랑은 어느 곳보다도 크고 찬란하다. 박
목사가 먼저 교회에 가자는 말을 안했는데도 그의 마음에 감동 받아 진실된 믿음을 갖게된 신자들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저는 주님의 사랑을 베풀고자 하는 아름다운 분들과 그 사랑을 너무나 필요로 하고 기다리는 분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징검다리입니다. 아직도
세상엔 놓아야할 다리와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문의:031-969-6593/ 016-350-6593
014-24-0281-727(국민은행, 박진승)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