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침체된 국가 경제해법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과 관련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놓고 여당인 열린우리당내에서조차 시각차를 드러내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정치권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에는 이해하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오히려 국내경제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확대’ vs ‘감세정책’
최근 미국 금융회사인 메릴린치사는 한국경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위기 등으로 기로에 서 있다’고 밝히고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각종 국내경기 지표도 격화일로로 치닺자 여야 정치권은 ‘적자국채발행’ ‘감세정책’ 등의 해법을 내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적자를 불구하고 수요와 투자를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7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2006년과 2007년도에 예정된 정부 주요사업을 선집행하는 등 경기를 부양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국회기자실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원내대표·정책위원회·경제 관련 3개 특별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에도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며”정부가 편성중인 내년도 예산규모 130조원으로는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일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홍 의장은 이에따라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 연구개발 및 교육투자 등 경기회복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문에 집중적인 재정투입을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강봉균 의원(전 재경부장관)은 “유동자금이 넘치는 데도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지 않고 있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이 돈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세균 의원(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은 “최근 2∼3년간 내수 위축에도 정부 재정은 흑자를 기록했으며 내년도 일반 회계 예산안은 3조원 정도 적자재정을 예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GDP의 1%에 해당하는 5조원 정도의 적자재정을 더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확대정책은 김대중 정부이후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인 세금감면으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며”3년간 한시적으로 소득세와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실시하고 정부의 경상비 예산 대폭 절감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개인소득세 감면은 상위 50% 계층에만 해당되고 법인세 인하도 투자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경기가 회복된 후에 다시 정상화하려면 심각한 조세저항에 부닥치게 된다”며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등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 출자총액제한 의견분분
야, 민감사안으로 논평자제
이와함께 열린우리당에서는 출자총액제한 제도 문제를 놓고 의원들간 다른 논리를 펼치고 있는 등 내부분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김종률 의원은 “대기업들이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이 제도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치권이 원점에서 검토해 보자”고 말하자 당내 개혁파인 송영길 의원은 “한 기업의 부실이 전체 경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이를 완화 또는 폐지한다고 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출자총액제한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함께 천정배 원내대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과 참여정부의 중요 당론이고 정책”이라며”특위 활동시작 전에 폐지, 완화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열린우리당내 관료 및 재계출신 인사들은 경제난 해소를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검토를 내세우는 이유로 기업투자의 활성화와 성장을 들고 있는데 비해 개혁주의자들은 경제위기론을 인정하면서도 당의 정체성을 명분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권과 기업인과의 상관관계 등으로 인해 아직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쪽에 무게를 더할 경우 시민단체들로부터 반감만 산다는 계산으로 논평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기금 주식투자 놓고 찬반논란
여야가 경제해법을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연기금을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전면 허용하는 것과 관련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정치권을 비롯한 관련업계에서 조차 뜨거운 찬반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금의 주식 투자 등에 대해 찬성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10년간 국민연금 통계의 경우 투자수익이 채권보다 주식쪽이 높은 점’ ‘미국과 세계 각국이 기금의 주식투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야당과 일부 경제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금운영회의 자율결정으로 정부의 간섭배제’ ‘기금운영을 위한 주식투자 전문가 양성’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와 여당은 “각종 기금들이 주식투자 금지규정에 묶여 적정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2001년부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연기금의 대부분이 투자된 채권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연기금 주식투자가 이미 7조원 가까이 이르는 상태에서 전면허용은 공공 성격의 연기금의 부실화로 이어져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금의 주식투자 반대이유로 ‘정부의 민간경제 참여’ ‘외국 투기자본 악용소지’ 등을 내세우고 있는 등 ‘개정은 개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