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시가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부지에 조성됐던 서울혁신파크를 허물고 창조 산업 특화 거점인 서울창조타운을 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평구 주민 사이에서 서울혁신파크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서울시는 '발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은평구 주민 이모씨는 서울 시민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 올린 글에서 "서울혁신파크는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지역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공 자산"이라며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반려동물을 동반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민을 위한 공원을 없애고 해당 부지를 매각하는 것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 논리가 아닌 시민 복지의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만약 현재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서울은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도시가 아니라 자본과 개발 중심의 불균형한 도시로 남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진정한 글로벌 선진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개발이 아닌, 시민들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서울시가 진정으로 글로벌 선진 도시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더 이상 공공 녹지를 희생하지 말고 시민 복지와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주시기를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씨의 글에는 334명이 공감을 표했다. 공감 횟수가 50건을 넘기면 서울시가 의무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도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혁신파크 부지 민간 매각에 대해 은평구민 60.9%가 반대한다"며 재검토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은평갑이 지역구인 박주민 의원은 "해당 부지에 서울시립대 이전, 공공이 운영하는 컨벤션 시설 건립 등을 원하는 지역 주민 목소리도 높다"고 언급했다.
시의회에서도 서울창조타운 개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병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2)은 지난 7일 시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런 일방적인 행정 절차를 중단해 달라.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4명의 시의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민간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 소중한 공공의 부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혁신파크의 부지를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민간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서부권사업과는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시는 "옛 국립보건원 부지 개발은 지역적 요구와 서울시 균형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거 중심인 서북권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지역 간 불균형과 발전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사항임을 말씀드리오니 이 점 많은 이해 있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옛 국립보건원 부지 매각 공고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는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매각 대상지 규모는 4만8000.1㎡다. 매각 예정 가격은 4545억원이다.
매각 대상지는 지하철 3·6호선 불광역에 연접한 연신내·불광 지역 내 대규모 유휴 부지다. 2003년 서울시가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경제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매입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임기 당시 이곳은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를 위한 공간인 서울혁신파크로 활용됐다.
이곳은 서울 서북권 교통 요충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으로 서울 도심까지 약 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북한산과 가까운 입지 환경, 인근에 위치한 상암DMC와의 연계도 강점이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디지털 미디어, 영상 등 창조 산업 특화 거점인 서울창조타운으로 조성하기 위해 제1호 균형발전형 사전협상 대상지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