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기술의 진보가 극에 달하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SF 작품 속에서, 혹은 사회학자들은 21세기를 기계가 시스템을 통제하는 비인간적 디스토피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시대가 되고 자본주의가 지구상의 절대적 정치제도로 안착한 시점에서 도시인들의 삶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려는 강한 반작용을 보이고 있다. 웰빙 트렌드는 바로 이 같은 인류의 움직임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코드다. 현대인들은 아날로그적인 삶을 그리워하고, 자연에서 휴식을 갈구하며, 물질보다 정신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명백한 세계적인 분위기다.
앵글에 담긴 자연, 도시인 위안
이 같은 집단심리는 미술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2000년을 전후해 환경과 관련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전시 등이 대거 기획됐고, 젊은 작가들은 자연에서 이미지를 차용해 휴식과 치유를 표현하는 설치 미술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달 개최된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아홉용머리’를 비롯,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의 환경사진전은 그 대표적인 행사다. 특히 연속적으로 국제적 규모의 전시를 소개하고 있는 환경사진전은 작품의 수준이나 대중들의 호응도 등 모든 면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 ‘마르코 폴로의 길을 걷다’에 이어 열린 ‘나무, 그 품에 안기다’ 또한 도심에서 자연의 황홀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룰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무료로 공개된 이 전시는 이달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중앙공원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22일까지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의 묘미는 도심 한 복판에서 프란스 랜팅, 파스칼 메트르, 션 커난, 게오르기 핀카소프, 해리 그뤼아트, 배병우, 김선규 등 대가들이 빚어낸 나무의 황홀한 자태를 대형 사진을 통해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미학적 방법으로 인문학적 담론을 시도한다는데 있다. 사진 속 나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물론 지구촌 구석구석 서민들의 삶과 역사, 생태학적 문제의식에 대해 말걸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