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끌어 간 대표적인 인물로 추앙받던 재계 최고경영자에서 한순간의 대몰락으로 해외도피자로 추락해 버린 시대적 이단아, 김우중. 시대의 희생양인가, 용서받지 못할 범법자인가.
김우중(69) 전 대우 회장의 귀국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정·재계를 중심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랜 해외도피 생활을 자처하며 궁금증을 낳았던 김 전 회장이 갑작스런 귀국을 결심한데는 무슨 특별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라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해외 도피생활과 함께 수많은 설(說)들과 의혹의 열쇠를 쥔 장본인이라 그의 등장은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다. 이미 한쪽에서는 그가 나타나면 정·재계를 막론하고 잠 못 자는 사람 많을 것이라는 말 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시대의 희생양인가, 용서받지 못할 범법자인가.
김 전 회장의 귀국설이 나돌면서 ‘김우중 사단’의 움직임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김우중 재평가’를 통한 ‘재계 복귀를 목표로 뛴다고 알려진다. 이런 행보는 앞서 지난 5월 과거 운동권 출신의 386 대우맨들이 ’세계경영포럼‘을 발족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전직 대우 임직원들 모임인 대우인회가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앞두고 지난 8일 이사회를 소집했다. 여기에 ‘일부 대우 임원들이 김 전 회장의 재계 복귀에 대비해 이미 회사를 설립해 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 씨가 서울 한남동에 최근 새 주택을 마련했다’, ‘아주대의료원이 김 전 회장을 위한 특별실을 리모델링 하고 있다’는 등의 귀국 준비설이 측근들을 통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우 출신 직원들의 모임인 ‘하이대우’ 사이트도 최근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대우’ 자유게시판에는 ‘회장님, 귀국을 축하드립니다’, ‘대세는 재평가입니다(matiz)’, ‘힘내십시요(방랑객)’, ‘얼른 복귀하세요(samsamy588)’ ‘더 늦기전에 돌아오이소!(구강회)’, ‘꼭 보고 싶은 얼굴(정정정)’ ... 등등의 김우중 전 회장을 그리워하며 귀국을 환영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대우 출신이 아닌 사람이나 특히 청년층의 글들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기업 운영자’는 “대우와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회장님이 오신다니 반갑다”면서 “회장님이 돈벌어서 돌아가실 때 가져가려고 그랬겠느냐. 회장님이 빨리 돌아오셔서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귀국사랑’은 “귀국하셔서 희망의 불씨를 살려주시길”, ‘마티즈’는 한술 더 떠 “회장님을 경제부총리에 즉명하여 청년실업 해소로 내수 경제 기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대우맨은 아니지만 김 전 회장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네티즌 ‘광장’은 “과오도 많았지만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인물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 구인회 그리고 5인의 영웅 중 생존하는 김우중 회장이 그리워진다”며 “김 회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원하고 기원하여 한국이 10대 선진국이 되도록 뭉치자”고 제안했다.
이들이 그토록 김 전 회장을 그리는 것은 수렁으로 빠져버린 한국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빛’, ‘비상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때문이다. 이것이 대우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국민들이 그를 용서하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돼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우사태 발발 후 공적자금 형태로 국민이 떠맡은 부담금만 28조원. 그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본 대우주식 보유 소액투자가를 비롯, 아루 아침에 쫓겨난 대우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반발도 간과할 수는 없다. 김우중 공과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