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기력 빠지고 입맛 떨어지면 보양식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루한 삼계탕 말고 색다른 음식 없을까? 이런 고민에 대한 대답으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다면 북경오리를 추천할 만 하다. 북경오리구이는 맛과 영양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중국의 대표요리일 뿐만 아니라, 미각의 신대륙을 재발견하는 최근 글로벌한 식문화 유행에도 딱 들어맞는다. 이미 상당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북경요리 전문점 ‘마오’의 청담점에 이어 역삼점 ‘마오’가 오픈 했다. 역삼 ‘마오’를 찾아 북경오리의 매력을 체험해 보았다.
본토보다 더 맛있다
중국의 상징 마오쩌뚱을 연상시키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마오’. 이 곳의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정통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본토에서 초빙해온 4명의 주방장들이 서울 한 복판에서 정통 북경요리의 진수를 선사한다. 실제로 ‘마오’의 단골손님들은 ‘본토보다 더 맛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요리는 오리의 껍질을 밀쌈에 싸먹는 북경오리구이와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다. 오리구이 마니아로 시작해 음식점 창업까지 하게 됐다는 김정림(37 여) 사장은 “음식을 가리는 편인데도 북경오리구이는 처음 먹을 때부터 굉장히 끌렸다”고 말했다. 북경의 오리요리는 웬만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한 번 먹어보고 반하는 특별한 맛으로 세계의 음식 명당에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북경오리의 진수는 뭐니뭐니해도 바삭바삭 윤기 나는 껍질에 있다. 이 껍질을 따뜻한 밀전병 야빙에 오이와 파, 소스와 함께 싸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고소한 껍질과 달콤한 소스, 신선한 야채, 쫄깃한 야빙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씹는 감촉까지 더해준다. 기름기 쫙 뺀 담백한 육질의 부드러움도 매력적이다. 직접 반죽해 구워낸 야빙은 그것만 먹어도 미각을 만족시킬 만큼 맛있다. 함께 나오는 오리탕 또한 깊고 개운한 육수의 독특한 풍미가 혀를 매혹시킨다.
두 가지 맛을 한번에
북경오리는 6세기 남북조시대의 기록에도 있을 만큼 오랜 문화사적 배경을 가진 요리기도 하다.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된 것도 명나라가 남경을 첫 수도로 정했을 때 남경에서 이미 대중화돼 있던 오리요리를 구이로 개발하면서부터라고 하니 과히 ‘뼈대있는 요리’라고 할만하다. 재료 관리에서부터 시작되는 요리의 과정도 유별나다. 오리는 새끼 때부터 운동을 시키지 않고 먹이만 가득 먹여 연하고 기름진 살을 만든다. 적당히 살찐 오리를 잡은 후에는 겉에 엿을 바른 후 그늘에서 말리고 몸속에 공기를 불어넣어 부풀린 후에 불 위에 올려놓고 양념을 바르면서 구워낸다. 이 과정에서 껍질과 살이 분리된다.
건강식이라는 점 또한 웰빙 시대에 북경오리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오리는 육류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수용성 불포화 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성인병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적으로 어혈을 풀어주고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피부노화 방지와 비만예방 등에도 좋다.
오리구이와 상벽을 이루는 훠궈도 안 먹으면 후회하는 맛이다. 태극 모양의 냄비에 담백한 국물과 매운 국물로 나뉘어져 있고,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선택할 수 있다. 훠궈의 특징은 일본식 샤브샤브에 비해 진한 육수에 있다. 일식 샤브샤브가 가쯔오부시나 가다랭이 등으로 우려낸 낸 맑은 국물로 요약된다면, 중국의 훠궈는 각종 뼈를 오래 고아 만든 깊은 맛이 포인트다. 샤브샤브도 매운맛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훠궈의 매운 국물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매운맛이 한 번 맛보면 잊기 힘든 ‘혀의 기억’을 선사한다. 곁들여 먹는 각종 사리의 독특한 재료도 미각을 자극하고 땅콩소스도 훠궈의 감칠맛을 더한다.
에스닉한 분위기 시각 만족
‘마오’의 분위기는 음식과 상통하는 요소가 많다. 군더더기 없이 소박하면서도 은근히 압도적이라고 할까. 명성 자자한 중국요리점 ‘팔선생’이 모태인 만큼 인테리어 컨셉에서 ‘팔선생’과의 공통점이 눈에 띈다. 중국인 요리사들이 요리 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넓은 개방형 주방도 ‘팔선생’의 노하우를 반영했고, 중국 본토의 인테리어 물품들이 시각을 충족시키는 점도 비슷하다.
입구의 중국식 격자무늬 붉은 문과 커다란 등, 손으로 깎은 듯이 보이는 거친 원목 탁자와 의자들, 화려한 도자기와 투박한 술독, 중국 미인도와 마오쩌뚱 초상화 등으로 장식된 실내외 풍경은 본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다양한 시대를 상징하는 소품들의 묘한 조화도 재미있다. 북경의 선술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특유의 대륙기질로 시원하게 건배하는 사람들, 왁자지껄한 중국말이 보이고 들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김 사장은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하나 중국에서 고르고 공수해오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 수고 덕분에 음식점은 박물관처럼 볼거리로 가득하고 제각각인 탁자와 의자는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멋을 자아낸다.
가격도 의외로 저렴하다. 호텔 중식당과 중국집의 이분법을 깨고 저렴한 가격으로 정통 중식을 선보이고자하는 것이 ‘마오’의 철학 중 하나. 런치메뉴는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이 부담 없는 점심을 즐기기에 좋고, 실속 있는 저녁메뉴는 운치 있고 편안한 술자리에 제격이다.
김 사장은 “마오의 컨셉은 문화교류가 활발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최근의 트렌드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마오’의 에스닉한 맛과 멋은 ‘지구촌 미각 여행’ 지도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역삼 ‘마오’는 북경요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주인장’의 섬세한 서비스와 친절한 미소가 북경오리구이와 훠궈에 이은 세 번째 대표메뉴라 할만하다. 02-564-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