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공공장소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시민들을 단속하기는커녕 그들과 동참해 야유회를 즐기는 광경이 목격돼 또 한번 신뢰성을 무너뜨렸다.
지난 8월5일 새벽 3시 50분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100년만의 살인 더위가 막에 오를 무렵 밤잠을 설치다 피서지 삼아 돗자리를 들고 나온 시민들로 공원은 새벽녘까지 북적거렸다. 이 날은 기자도 찌는 듯한 열대야에 못이겨 오래간만에 한강공원을 찾았다. 더위를 식히고 집에 돌아갈 무렵 공원 내 불빛이 가장 밝은 매점 근처 잔디밭에서 4~5명의 여성들이 버젓이 취사도구를 이용해 음식을 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공원 내에서 취사가 금지돼 있다는 건 초등학생도 알만한 일이 아니던가.
불법 취사 해놓고도 되레 큰 소리
서울시내 공원에서 취사가 가능한 곳은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의 캠핑장 단 한 곳 뿐.
그러나 이곳은 취사가 금지된 여의도지구다. 주변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 않고 떠들어대며 음식을 준비하고 버너에 큰 냄비를 올려놓고 라면을 끓여댄다.
마침 그때 순찰차가 그 앞에 섰고 경찰(영등포 27 지구대 소속)이 차에서 내렸다. ‘취사금지’ 단속을 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순간 경찰은 이들과 자리에 앉아 친분이 있는 듯 얘기를 주고 받으며 음식맛을 즐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광경에 기자가 사진촬영을 하자, 불빛을 보고 의식한 그들 중 한 여성이 쫓아와 “당신이 뭔데 우리 사진을 찍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동석한 경찰은 별 일 아니다는 투로 지켜보고 나머지 일행들은 되레 화를 내고 따지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취사가 금지돼 있는 것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경찰은 “무슨 일이냐”고만 답했고, 여성들은 “애국지사 나셨네”, “돈 얼마 받고 이 짓 하냐”며 파파라치 대하듯 거세게 반발했다.
경찰관과 해당여성들의 뻔뻔함은 이후에도 도를 넘어섰다. 신분을 밝히고 단속경찰의 불법행위에 묻자 경찰은 행동을 바꿔 “난 지나는 길에 음료수만 한 잔 마시려고 왔다”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했다. 여성들은 화가 극에 달해 “아, 올려! 인터넷에 올려! 참 나, 맘대로 해봐!”라면서 야유를 보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국내 어느 공원을 가든 깨끗한 자연환경을 위해 취사행위가 금지돼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간혹 말을 듣지 않는 무대포 시민들이 있어 골치를 겪는데, 단속을 주도해야 할 경찰이 그 자리에서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