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강력범죄 소탕을 목적으로 설치된 강남구 CCTV가 법죄율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CCTV 설치 이후 강남경찰서의 5대 범죄 감소율(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은 6.9%로 서울시 전체 범죄감소율(11%)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했다.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 등 8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실효성 없는 강남구 CCTV 설치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인권침해 논란 여전... 민변 등 시민단체 "CCTV 사업 원점 재검토" 주장
강남구 CCTV는 작년 8월 ‘강력범죄 제로화’를 모토로 강남구 전역에 227대가 설치됐다. 설치 직후에는 범죄율이 감소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쳐 CCTV 설치가 범죄예방과 수사 측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CCTV 설치 직후인 2004년 8월에는 직전 122건이던 5대 범죄 발생률이 한 달 만에 95건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6개월 만에 강력범죄율은 123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는 서울 31개 경찰서의 범죄감소율 24위에 그치는 결과로 CCTV 설치가 범죄예방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관제센터를 운영한 지난 11개월간 CCTV를 활용해 범인을 검거한 건수도 36건에 불과해 범죄수사 측면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업초기부터 제기돼 왔던 인권침해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 2004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강남구 CCTV가 초상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근거 법률 제정을 권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또한 법률적 근거 미비를 지적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강남구에 설치된 CCTV는 360도 회전기능과 22배의 줌기능, 실시간 수배자 얼굴과의 비교대조 기능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통행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감찰하고 있다”며 “통행인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방비 상태로 CCTV에 노출돼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인권침해는 사소한 일로 치부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강남구는 CCTV 10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에 있다. 설치비는 대당 1,500만원씩 총 15억여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단체들은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CCTV 사업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강남구는 ‘일단 설치하고 보자’는 안일한 발상으로 오히려 설치를 확대하려 하다”며 “범죄의 근본 원인이 되는 빈곤해결과 사회 불평등 해소에 얼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실효성 없는 CCTV 확대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이미 설치된 CCTV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면서 “강남구는 범죄수사의 과학화와 수사인력의 확충 등 범죄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