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3일은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각 관련단체와 지자체 등에서는 1년간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고 기념행사를 잇달아 열어 그 의미를 되새겼다. 일단 성매매방지법의 시행이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대리운전 등을 통한 음성적 성매매 거래가 확산되고 있고, 한쪽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을 ‘성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달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1주년을 기념해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1년간의 성과와 과제, 여성에 대한 성 착취 근절을 위한 외국 사례를 발표했다.
성매매 합법화한 호주… 불법 성산업 확산
이날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성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GDP의 4.1%에 달하는 성산업과 주변산업에 당연히 미치게 될 파장"이라면서 “이는 사회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조 사무총장은 특히 성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주장에 강력 반대했다. 그는 또 “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내세우면서 ‘성매매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국내외로 확대되는 성산업 업주들의 조직적인 여성폭력 범죄와 성 착취를 용인하는 문제점을 외면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발제자로 나선 호주의 여성 성매매방지연대의 캐롤라인 스펜서 씨는 호주의 성매매 합법화결과와 성매매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발표했다. 1984년 호주는 빅토리아주(州)를 집결지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집결지 성매매 합법화 시행법이 가장 포괄적이고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스펜서 씨는 “성매매 합법화 이후 빅토리아주는 성매매와 관련된 범죄의 급증, 비통제 구역에서의 에이즈(AIDS)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성매매 여성의 살해사건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 산업 유치에 적극적인 사업과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고, 정부는 성산업을 확산시켰다.
스펜서 씨는 그러나 성매매 합법화 시행의 이득을 주장하는 것에는 몇 가지 잘못된 인식이 있음을 지적했다. 스펜서 씨는 “빅토리아 주의 법적인 성산업은 확산일로의 불법적 성산업의 최전방에 서게 됐다”면서 “현재 95개의 허가된 집결지와 400개의 불법 집결지가 있고 에스코트 성매매 알선업소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호주 정부에 따르면 빅토리아주 성산업은 최소 3분의 2가 불법이다.
스펜서 씨는 성매매의 합법화는 다른 형태의 성매매, 특히 스트립쇼의 확산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립쇼 업소는 남성들이 성매매 행위를 터득하는 훈련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는 등 성매매 영역을 넓혀갔다는 것이다.
일본은 인신매매 미온적 대응… 현재 NGO간 네트워크 증대
성매매 합법화의 문제점은 특히 아동 성매매와 인신 성매매의 확산에 있다. 스펜서 씨는 “대다수 성매매 여성은 아동기 또는 유년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다”면서 “성적 학대로 인한 여성의 성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의 붕괴는 이들이 성 산업으로 발을 들여놓는데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펜서 씨는 또 “빅토리아주에서 성매매 합법화는 성 산업으로부터 조직범죄를 제거하려는 의도였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로 조직범죄에 의해 여성이 인신매매되어 성매매 되는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코 타마이 아시아재단 프로그램 국장은 일본 내 반(反)인신매매를 위한 NGO간의 네트워크가 증대하고 있다는 내용를 발표했다.
케이코 국장은 “그간 일본은 인신매매 문제에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마침내 일본정부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대응할 뿐 단순히 외국인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본 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NGO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코 국장은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NGO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폭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NGO와 자금과 행정적 인프라를 가진 정부가 협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제안이다. 유럽 인신매매방지연합의 말카 마르코비치 대표는 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매매 합법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성매매방지법 아직은 해결과제 더 많아
마르코비치 대표는 “유럽지역은 현대판 노예제에 반대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성매매 합법화를 찬성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론적.정책적 요람이었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진보와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하려는 낡은 이론의 부활을 목격해왔다”고 발표했다. 그는 “네델란드와 같이 성매매가 합법화된 일부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한 유일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성매매의 수요측면’, ‘성적 서비스의 구매행위’를 범죄화함으로써 그 폐해를 가시화하고 있는 스웨덴 모델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측 발제자로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와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이 성매매방지법 시행 1년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폐쇄정책을 세워 지자체와 함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보호지원책도 여성부에서 긴급하게 이뤄져 단기적 대책에 그쳤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은 “성매매여성이 자립, 자활에 이르러 탈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걸릴 수도 있다”면서 “지원대책의 현실화와 일자리 제공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성매매로 재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종합대책이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자체조사와 전국 단속 등 많은 성과가 있었음에도, 경찰단속의 일관성과 지속성의 부재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 소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만 일시적 단속을 한다거나 하는 양태는 결국 신종, 변종 및 음성적 성매매의 확산차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성매매 관련 범죄는 특별전담반을 설치해 전문적인 수사능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