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의 세금은 갈수록 올라가는데 정작 거둬들인 세수는 엉뚱한 데 펑펑 쓰고 있다? 한나라당이 2006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한마디로 ‘국민혈세 펑펑 쓰는 돈 먹는 하마’라고 평가했다. 총 9조원에 이르는 정부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나선 한나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이 허점투성이임을 지적하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개별사업들을 분석했다.
대표적인 낭비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감세하면 세수부족은 헛말… 공무원 관련 경비는 계속 늘려
한나라당은 정부가 “지출은 더 이상 줄일 데가 없다”거나 “감세하면 세수부족” 운운하면서도 내년 예산에 공무원 관련 경비는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예산을 대폭 줄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전년보다 432원이 늘어났다는 것. 공무원의 성과상여금 예산도 올해에 비해 23%P나 늘었다.
여기에 기획예산처 장관은 경상경비를 절감한다고 약속하고 내년 예산안 편성에 업무추진비를 전년보다 15.1% 감액 편성했으나, 직급수행경비를 작년보다 19.3% 증가한 1조4,173억 원을 늘려 편법을 동원했다. 매년 예비비를 계상했다가 연말에 집행하는 봉급조정수당(05년 1,500억 원)도 그대로 예산에 계상돼 있다.
이미 다들 경비로 사업을 집행하다 내년에 신규로 예산을 계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무총리실의 4대폭력근절대책위원회, 새만금환경대책위원회 등 8개 위원회와 기획단은 올해 신설되어 예비비를 사용하다 내년 예산에 신규로 총 34억 원이 계상돼 있다.
중기청 예산중에는 ‘공고를 통한 기능인력 양성’ 사업을 국회 승인 없이 올해 이미 17개교를 대상으로 불법 시범사업을 운영했고 내년 예산에 49억9,800만 원을 신규사업으로 책정했다.
한나라당은 또 현 정부가 ‘위원회 공화국’답게 위원회 예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 경비만 총 310억 원이 계상됐고, 이는 전년보다 11%나 늘어난 것이다.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중에는 기존 부처에서 하고 있는 업무를 총괄 조정한다고 불필요하게 만든 경우도 있다.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사업을 다 집행한 상태에서 내년에는 기념사업에 대한 평가와 후속사업 추진 등을 위한답시고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 7명의 인건비와 백서발간 등의 경비로 5억1,400만원이 계상됐다.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는 ‘도시 만들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내년 예산안에는 관광레저도시, 에코시티, 참여형 도시, 유비쿼터스 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예산이 계상돼 있다. 특히 문광부의 관광레서도시추진기획단(신규 20억 원)은 기존의 문광부에서 하는 관광정책 사업과 중복되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건교부의 참여형 도시만들기(신규 10억 원) 사업은 ‘참여’라는 이름하에 목적도 애매한 사업을 꼭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이름도 생소한 유비쿼터스 도시구축방안연구(50억 원)도 공동주택 홈네트워크 사업(신규 6억 원)과 중복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건물의 신축 또는 유지보수 비용은 혈세 낭비 ‘단골’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학원 만들기 열풍’도 혈세낭비의 요인으로 꼽혔다. 재경부의 금융대학원 설립지원(신규 57억 원), 건교부의 물류전문대학원(신규 20억 원), 교육인적자원부의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정착지원(9억 원)과 치의대 대학원 지원 등의 예산이다.
한나라당은 “대학원 육성지원은 교육부에서 관장해야 마땅한데, 부처에서 국민혈세를 갖고 경쟁적으로 새로운 대학원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의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전방위 홍보의 예산도 허점으로 지적됐다. 국정홍보처의 거의 모든 주요사업이 이에 해당하고(국가주요시책 홍보 84억 원, 국가이미지제고 홍보 38억 원 등), 전 부처에서도 홍보예산이 대폭 증가했다. 재경부도 홍보강화를 위해 예산을 전년도 대비 38.2% 늘린 27억 원을 책정했다. 건교부는 정책홍보기획 연구운영 사업으로 내년에 전년보다 무려 188%나 증가한 13억8천만 원을 책정했다.
불요불급한 건물의 신축 또는 유지보수 비용은 빠지지 않는 혈세낭비 사례 중 하나다. 한나라당은 감사원 예산에는 토사유출방지 댐 설치 및 주변정비공사 예산이 드는데, 빚내서 나라살림 하는 형편에 시설보호와 주변 환경 정비를 위한 사업이 시급한 것이냐며 비꼬았다.
올해부터 시작한 각 부처의 혁신관련 예산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나라당은 혁신관련 예산은 크게 혁신과제 추진(856억 원)과 혁신능력서비스 개발 사업(교육훈련 사업) 두가지로 나눠진다면서, “혁신관련 예산은 실제 민생에 직접 혜택이 가는 예산사업도 아니고 아직까지 공무원이나 정부기관의 행정서비스가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내년 예산안 문제 사업 ‘빙산의 일각’
실제 개별사업도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국방 전력강화사업이 많다. 30mm 자주대공포(일명 비호사업)은 그 성능과 가격에 있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임에도 불구, 계손 예산이 증가돼 있고(06년 616억 원), 한국형헬기사업도 국회의결로 감사원에서 감사까지 받은 사업을 정부는 사업명까지 바꿔가며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06년 661억 원).
그 외에 한나라당은 방위사업청 신설 예산 350억 원도 관련법 제정이 여야 합의없이 처리돼 현재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중이라면서 이는 조정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결산에서 지적됐듯 이월·전용 등 집행부진이 예상되는 사업 예산이 여전이 예산계상이 많이 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 중에서도 건교부의 댐 관련 예산, 해수부의 항만개발사업, 농림부의 정책자금 이차보전 사업 등은 그 해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다음해로 이월되거나 다른 사업 전용재원으로 쓰여지는 예산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한나라당은 제3정조위원장 이종구의원과 예결위원장 김성조 의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렇게 불요불급하고 낭비적인 사업들이 많은데도 정부와 여당은 왜 그토록 ”더 이상 삭감할 데가 없다“며 버텨온 것인지 이유를 묻고 싶다”며 “내년 예산안의 문제 사업들은 빙산의 일각이고 앞으로도 예산심의까지 더 많은 사업을 발굴하고 문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