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2005년 예술의전당까지 매년 서울에서의 단독 공연, 지방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며 10대부터 10대의 자녀를 둔 어머니 세대까지 폭넓은 마니아를 형성해온 오리엔탱고가 올해도 서울을 탱고의 선율로 적신다.
24~26일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라스트 탱고 인 서울(LAST TANGO IN SEOUL)’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내한공연이 그것.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음악작업과 해외음악활동을 위해 공연팀이 아르헨티나로 다시 떠날 예정이라 ‘라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리엔탱고’의 마지막 공연 컨셉과 그들 음악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질주를 보다 가까이
그 동안 오리엔탱고가 주로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과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온 것에 반해, 이번에는 중소극장인 백암아트홀을 선택한 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400석 규모의 중소극장 공연은 관객과 좀 더 가까이 호흡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단 1회에 그쳐 아쉬움이 컸던 지난 공연과 달리 3일간 총 3회의 공연으로 구성 된 것도 차이점이다.
이번 공연의 히든카드는 최근 신보에 수록된 ‘일렉트릭 탱고’의 박진감 넘치는 라이브 무대다. 작년 예술의전당 공연 마지막 앙콜 곡으로 첫 선을 보여 호평을 받은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El Tango Para Violin)’. 이후 모든 공연의 대미를 이 곡이 장식하게 됐고, 장소를 불문하고 관객 기립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다이내믹한 신디사이저 반주에 맞춰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숨막힐 듯 쾌속 질주하는 이 곡은 그 동안 라이브 무대나 방송에서만 접할 수 있었는데, 2005년 12월 발매된 새 앨범에 수록됐다. 관객과 아티스트의 거리가 좁은 이번 공연장의 특징이 이 곡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는 것이 기획자의 설명이다.
또한 앨범에 수록된 또 다른 빠른 비트의 일렉트릭 탱고 ‘슬픈 열정(PasiOn Triste)’ 역시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와 더불어 오리엔탱고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그 동안의 정규 공연보다 훨씬 화끈한 연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고장에서 먼저 인정받다
오리엔탱고의 매력은 절묘한 혼합에 있다. 온몸으로 체험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취가 한국인이라는 태생적 정서에 믹스매치 돼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 정통 탱고와 한국적 ‘한’의 정서가 묘하게 어울리는 지점에 오리엔탱고의 음악 세계가 있다 하겠다.
‘발을 위한 탱고가 아닌, 귀를 위한 탱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탱고의 본고장이자 지구상에서 한국과 가장 멀다는 아르헨티나에서 2000년 결성, 현지인들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야심 찬 한국인 듀오의 당돌함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동양인 최초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식 탱고 뮤지션으로 선정,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오리엔탱고는 2000년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만자나 데 라스 루체스(Manzana De Las Luces) 국립음악홀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오리엔탱고를 결정적으로 유명해지게 만든 이 국립음악홀 공연에서 관객들은 갈채를 쏟아 부었다. 특히, 피아졸라의 미망인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다.
오리엔탱고는 이후에도 새로운 곡을 계속 발표하면서 창조적 탱고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여러 작품들을 포함한 기존의 탱고 곡들을 멋지게 편곡 연주했고, ‘고향의 봄’ ‘엄마야 누나야’ 등의 한국 동요와 ‘밀양아리랑’ ‘한오백년’ 등의 민요를 편곡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두 악기만으로 탱고의 관한 한 콧대 높은 자존심으로 유명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로 하여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든 것이다.
고국에서 첫 데뷔무대는 2002년에 이루어졌다. 첫 공연부터 빠른 속도로 마니아를 만들어낸 오리엔탱고는 매년 정규공연과 각종 쇼케이스 및 스쿨콘서트, 방송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해졌다. 팬카페 회원수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탱고 음악 자체에 대한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상의 모두에게 탱고를
음악 외적으로도 오리엔탱고의 이미지는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이고 친근한 무대 매너 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선공연을 통한 소외계층 문화 전파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행보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데뷔 초 한 인터뷰에서 “진정으로 우리의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꼭 들려주자고 약속했다”고 밝혔던 오리엔탱고는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자선공연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지 재소자 및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연주회 등을 비롯해 서민과 소외계층에게 직접 찾아가 자신들의 음악을 선사하는데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2002년 첫 내한 공연 이후 수녀원과 학교방문으로 시작한 고국에서의 자선콘서트는 2004년 7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연주회, 2005년 ‘스쿨 콘서트 2005’로 이어졌다. 학생들을 위해 서울과 지방의 10개 중·고교에 직접 찾아가 학생들에게 탱고음악을 소개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것은 곧 오리엔탱고와 탱고의 대중적 인지도 상승에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2005년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에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진행하는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인 신나는 초대 사업에 참여, 문화소외계층을 초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2월에 발매된 앨범의 수익금 일부는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해 우리사회 어려운 곳에 쓰여 질 예정이며 앞으로 발매되는 모든 음반들에 대해서도 수익금을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