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고정불변의 타겟 층은 2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법칙 아닌 법칙이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영화도 관객 연령대도 다양해지면서 마케팅 또한 다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인생의 깊이와 맛을 아는 당신께 추천합니다. 18세 이상 관람가, 25세 이상 강력추천’ ‘애들은 가라’ 등 요즘 영화 광고 문구는 나이제한이라는 악조건이랄 수 있는 상황을 오히려 마케팅에 적극 이용한다. 이른바 ‘타겟 마케팅’이 충무로 마케팅의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페이지 이벤트도 성인인증
영화 ‘손님은 왕이다’는 소위 10대 취향의 영화들과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 ‘25세 이상 강력추천’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타겟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홍보사는 “영화의 내용과 깊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25세 이상의 직장인들을 메인 타겟으로 정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25세 이상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바로 여의도 광화문 종로 강남역 역삼 지역. ‘손님은 왕이다’는 이 지역을 주무대로 ‘직장가 attack’ 시리즈 이벤트와 ‘야식 및 회식’ 이벤트를 통해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원하는 회식 스케줄을 적어서 당첨되면 회식비 100만원을 지급하거나 직장 단체 시사회를 여는 형식으로 직장인들의 실생활과 연관된 이벤트로 다가서는 것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또한 ‘어린것들은 모르는’이라는 태그라인과 ‘그녀의 18 사생활 공개’라는 카피를 내세우며 타겟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18세 이상 성인 관객용 영화임을 강조하고 있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 성인남녀의 18 사생활을 파헤칠 여교수의 보고서 작성’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성인인증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 이 이벤트는 섹시한 이성과 함께 섹스하고 싶은 장소를 묻는 설문조사. 설문 문항 항목도 ‘부모님이 계셔 더욱 스릴 넘치는, 그의 집’ ‘지식의 전당, 강의실(학교+학원)’ 등 성인용답게 도발적이다.
10대의 엄마를 잡아라
반면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주 타겟 층인 10대를 끌어 모으는 마케팅이 특징이다. 주인공 현빈의 무대인사와 함께 초코렛을 나눠주는 ‘현빈의 깜짝 프로포즈’ 발렌타인데이 이벤트 등 10대 팬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 마케팅의 핵심은 10대들의 우상인 4인조 그룹 동방신기와의 윈윈 전략이다.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이 메인 테마곡 ‘인사’를 부른데 이어 동반신기의 전 멤버가 이 곡을 다시 불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웅재중이 부른 메인 테마곡 ‘인사’는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전 멤버가 함께 부른 ‘인사’는 엔딩 크레딧의 배경음악으로 채택하며 ‘10대들의 우상’ 코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물론, ‘동방신기와의 데이트’ 등의 이벤트를 계속 생산해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동반신기와 떨어질 수 없는 ‘운명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재미있는 마케팅은 10대라는 한정된 관객을 넓혀보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부분이다. ‘엄마와 함께 추억하는 첫사랑’이라는 이벤트가 그것.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고 리뷰를 게시판에 남기면 추첨을 통해 여행 상품을 주
이 이벤트는 젊은 관객들을 통해 그들의 부모까지 포섭해보자는 노림수가 잘 드러난다.
꼭 이 같은 적극적인 타겟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영화 홍보가 발달한 최근 마케팅은 일정 타겟층을 염두에 두고 펼쳐지기 마련이다. ‘홀리데이’ 같은 실화 영화는 실화임을 이용한 이슈 마케팅으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이상을 집중 공략했다. 최근 10~20대 연령대를 타겟으로 하는 가벼운 코믹물은 패러디 포스터로 시선을 끄는 마케팅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투사부일체’ ‘흡혈형사’ ‘달콤 살벌한 연인’ 등이 이 같은 경우. 패러디 포스터는 영화가 일상적 문화인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이점이 있다.
30~50대 2배 이상 증가
이 같은 타겟 마케팅이 새로운 영화 마케팅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의 관객 연령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성향 분석을 살펴보면 관객 연령층의 확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객성향 분석은 5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데, 가장 최근 것이 1999~2003년의 것이다. 이 5년간의 관객성향의 변화를 보면 여성 관객의 경우 가장 많이 영화를 보는 연령층은 19~23세로, 2003년 한 해 동안 평균 11편의 영화를 관람했으며 5년간의 연평균 관람편수도 가장 많은 10.5편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연령층은 24~29세로, 1999년의 5.8편에서 2003년 12편을 기록하며 19~23세 계층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반면 남성 관객의 경우 19~23세 관객층이 2003년 8.5회, 5년 평균 7.5회의 관람횟수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를 보았지만, 증가율에 있어서는 14~18세 남성 관객의 증가추세가 두드러진다. 14~18세 남성 관객의 관람 편수는 1999년 3.9편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7.6편으로 조사되어 20대 남성 관객의 관람횟수에 근접하게 성장했다.
주도 연령층은 여전히 10대와 20대지만 연령의 확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30~40대 관객의 꾸준한 증가추세다. 30~34세 여성의 경우 1999년 연평균 2.3편에서 조금씩 향상돼 2003년 3.9편으로, 35~39세는 1999년 1.9에서 2003년 2.5편, 40~49세는1999년 1.3편에서 2003년 3.3%로 증가했다. 남성 또한 30~34세는 1999년 5.0에서 2003년 6.2편으로, 35~39세 1999년 1.3에서 2003년 3.4편, 40~49세 199년 1.1편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에는 2.4편으로 늘어났다. 30~50대 관객이 2배 가까이, 많게는 3배까지 증가한 것이다. 점진적으로 꾸준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중년 관객 들어야 ‘대박’
이 같은 수치를 넘어 10~20대 중심의 영화 시장이 바뀐 보다 직접적 이유는 소위 ‘대박’이라고 불리는 흥행작이 중년 관람객을 포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이다. 중년층이 극장 나들이를 시작하면서 한국영화 점유율 자체가 높아졌다. ‘왕의 남자’와 같이 오히려 젊은 관객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흥행대작이 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관객 연령의 다양화는 영화 자체의 다양화를 가져왔고 특정 연령층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은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란 자고로 애들이 보는 것’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10대 남성들이 사랑하는 액션물과 20대 여성이 남자친구를 끌고 갈만한 멜로물은 ‘불변의 안전장르’로 충무로에 인식돼 왔다. 이제는 그 법칙이 깨지고 있음을 최근의 마케팅이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현재도 주도 관객층은 20대 후반 여성과 10대 후반 남성이지만 10~20대를 겨냥하지 않는 영화도 생존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연령층 확대와 영화의 다양성은 뚜렷한 경향으로 인식된다. 충무로 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해지면 풍부해질수록 특정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특히 30~40대에게 다가서는 영화 마케팅은 활성화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