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이 힘겨운 몸을 이끌고 장애인 재활복지시설인 ‘정립회관’의 만행을 고발하겠다며, 또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정립회관 노조와 장애인들이 “정립회관이 독재와 폭력으로 유린당했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완수 이사장은 이들의 주장이 ‘말도 안되는 거짓’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솔로몬의 지혜’의 상황같이 밀고 당기는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완수 ‘관장 임기’ 획책→반발 생겨 ‘퇴임’→ 돌연 이사장 ‘취임’
정립회관은 한국소아마비협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로, 그동안에도 비리 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정립회관의 사태는 2004년 6월, 당시 정립회관의 관장으로 11년간 재직했던 이완수가 보건복지부의 정년제(65세) 지침을 어기고 임기연장을 획책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결국 장애인과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231일간의 점거 농성을 통해 정립공대위는 광진구청의 중재 하에 이완수 관장의 퇴임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공대위 측과 정립회관의 갈등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이완수는 관장직을 내놓은 대신, ‘이사장’으로 취임해 돌아온 것이다. 이사장 선임권은 한국소아마비협회에 있으므로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당시 정립회관 노조와 장애인들은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용역 깡패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사회 측과의 합의 과정에서 이 전 관장의 폭력 등에 대한 고소.고발까지 모두 취하한 상태였다.
당시 이사장은 이 문제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 공석이였기 때문에, 이완수가 새 이사장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11년간의 관장 경험으로 누구보다 정립회관의 실정을 잘 알고 있고, 특히 정년제가 아닌 3년 임기제로 돼 있는 ‘이사장’ 직책에 따라 이완수 씨(올해 67세)는 양 날개를 얻게 됐다. 사실상 독점 운영권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이 이완수 이사장에 의해 사유화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 노조와 장애인들의 주장이다. 3년마다 평가를 받고 재연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인사권은 막강 파워를 가진 이사장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 일단 장애인과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 때 폭력 도발에 앞장섰던 백승완 씨는 법인 사무총장으로 승진했다. ‘정년제’로 보장돼 있는 운영규정도 무시하고 관장과 사무국장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공대위는 “이완수 이사장이 관장과 사무국장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는 “정립회관에서는 사회복지사업은 필요 없다”, “이곳에서 필요한 건 오직 노조를 때려잡는 일이다“, “조합원들을 징계하지 못하면 사직하라”며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공대위는 사무총장과 관장의 진술을 그대로 반영해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고소.고발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완수 이사장의 주장은 다르다. 전임 사무국장도 “자신이 없다”고 얼마 안돼 그만 둔 전례가 있고 해서 일단 1년 계약으로 했고, 재계약 식으로 연임하는 걸로 면접 때 서로 합의했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관장과 사무국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왜?
결국 ‘계약직’이라는 명분 아래, 정립회관을 이완수 이사장의 입맛에 맞도록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사무국장은 이사장의 압력 속에서 4개월 만에 ‘권고사직’을 강요당했고, 한국소아마비협회는 2004년 정립공대위 점거 농성 때 수차례 폭력만행에 앞장선 김경동을, 1년 계약직 꼬리표를 떼고 정년제 신임 사무국장으로 세웠다.
공대위 관계자는, 당시 사무국장은 직원 중에서 채용되는 방식인데, 사무국장이 되려면 사직서를 써야 하고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후보 3명이 포기하게 만들고 경력과 자격이 안되는 김경동을 채용해 정년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다음 타겟은 ‘국장’이었다. 국장이 “월급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폭력 장애인이 몰려와 이사장실에 불려갔다가 그들에 의해 심한 폭행을 당한 것이다. 공대위가 작성한 기자회견문에 의하면 폭력 장애인 10여명은 2004년 점거 농성때도 폭력에 앞장섰던 인물들로, 지난 2월23일과 27일 관장을 감금하고 갖은 욕설과 협박 및 폭행을 자행했고 미리 준비해 둔 사직서에 강제로 싸인을 받아냈다.
당시 관장을 보좌하던 총무팀장이 함께 있었는데, 가해를 하던 장애인 한명이 자해하듯 넘어지더니 오히려 병원에 3주 진단서를 떼서 고소까지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그 자리에 있던 사무총장은 이를 방관했고, 증인을 서달라고 요청하자 거부했다고 한다.
총무팀장은 “관장과 함께 이사장실에 불려가 폭행을 당한 사실엔 거짓이 없고, 이에 대해 1차로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고 경찰서에 고소,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완수 이사장은 “이번 사건은 관장과 이용자간 불협화음 때문”이라면서 “관장이고 사무국장이고 모두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뜻대로 안된다’며 자발적으로 나갔다”고 반박했다.
이완수 이사장 “특감은 겁 안나고 퇴진은 안돼’?
그러나 확인결과, 관장은 채용 당시 30년 넘는 사회복지 경력과 군경력 마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장 3호봉에 고용계약을 받았다. 이후 관장은 서울시와 구청의 방침과 전면배치되는 것을 알고 관장 30호봉을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법인의 승인을 받아 봉급을 지불했음에도 이사장은 “관장이 2개월간 원래 임금보다 많이 가져간 것 같다”면서 모른 척 했고 심지어 ‘공금횡령’이라는 발언까지 말했다.
정립회관 직원모임은 지난 3일 정립회관의 실태를 고발하는 글을 통해 “현재 정립회관에서 관장은 그 어떤 사업수행도 직원통솔도 할 수 없고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는 상황”이라면서 “사회복지와 정의가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7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완수 이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와 퇴진”을 요구했다.
정립회관 이완수 이사장을 둘러싼 반복적인 논란 속에 서울시는 난감한 표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 운영상 불법행위 등의 문제가 아닌 이상, 사립법인의 인사문제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이완수 이사장 사태를 시설과 공대위 간에 벌어지는 정립회관 내부문제로, 엄격히 따져 법적으로는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여서 서울시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단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광진구청의 보고를 받아본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체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화 인터뷰 과정내내 이완수 이사장은 현재 자신에 관해 거론되고 있는 공대위 측 주장에 분개하며, 자신은 법적으로 문제될 일이 전혀 없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사장은 “공대위 주장처럼 깡패를 동원해서 권고사직을 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가 있었다면 당장 공대위 먼저 어떻게 했을 것”이라면서 “특감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공대위가 무슨 권리가 있다고 이사장을 물러나라 마라 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