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ㅇ씨 최근 용인 보정동에 있는 36평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값 오르는 재미를 쏠쏠히 봤지만 세금 폭탄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어 하반기 매물이 쏟아질 경우를 대비해 빨리 처분 할 요량이다. 주변시세보다 2천~3천만원을 싸게 내놨지만 그나마도 매수자가 거의 없는 형편이라 5천만원 정도 더 낮추게 생겼다.
금리 인상과 각종 세금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이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집값 하락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위주’로 변하고 있다. 각종 규제 정책의 현실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인상과 ‘버블 붕괴론’에 이어, 콜금리까지 올라 매수심리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매수타이밍 잘 잡는 것이 관건
서울 송파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2주택자 중에서 융자를 끼고 있는 사람들이 급매물을 서서히 내놓고 있다”면서 “시세보다 싼 1천~3천만원 싸게 내놓고 있지만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는 매수자들의 관망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집을 사야할까, 팔아야 할까.’ 이같은 흐름에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던 집값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다주택 보유자는 ‘세금 폭탄’에 집을 급매해야 할 판이지만, 실수요자는 내집 마련의 찬스를 얻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가구 2주택자는 빨리 매물을 처분하고, 매수자는 10~11월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연말이 다가오면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 금리인상으로 1가구 2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며 11월경 아파트 가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부세는 6월을 기점으로 과세자가 결정되고 자진신고해서 세금을 내는 시기는 12월이다.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마감이 6개월 가량 남았으므로 이미 충분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면 이 기간에 매물을 정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반면 실수요자는 연말이 적정 매수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50% 중과세율을 피하기 위해 처분하는 매물로 인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매물을 구입하는 것보다 시세를 파악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적절히 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급매물은 다급한 매수자가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거나, 시장상황이 나아져 숨통이 조금만 트여도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매물을 선점하고 알맞은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급매물을 사고 파는 요령을 알아보자.
효과적으로 급매 처분하는 방법
단기간에 매물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세차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매도가격을 낮춰야 한다. 급매의 경우, 이미 정한 매도 가격을 한 번 더 낮춰 가격 차별성을 부각한다. 세입자가 비어있는 상태가 좋다. 전세 만기일이 많이 남은 경우 매수자들이 꺼리게 된다. 세입자가 없는 상태에서 장판이나 도배를 새로 하거나 거실이나 방안의 불필요한 물건을 치우면 집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매물을 어떻게 내놓느냐도 연관성이 깊다. 중개업소는 동시 다발적으로 내놓는 것보다 한 곳에만 전속계약 형식으로 매물을 내놓는 게 빨리 팔릴 수 있다. 전속계약을 맺으면 중개업소에서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개업소에 중개수수료 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효과 O.K다.
매수자의 급매물 선택 요령
지금같은 시장 혼란기에 적절한 매물을 선택하고 알맞은 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요령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내집마련정보가사 제시한 ‘급매물 선택 유의점’에 따르면 급매물 흥정시 매도자에게 반드시 산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시장상황이 어렵고 갈수록 규제가 더해가는 상황에서 매수자가 산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매도자가 급한 마음에 가격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매물로 나온 시점을 파악하라. 오래된 매물일수록 보이지 않는 단점이 많거나 향후 발전가능성이 적은 단지일 가능성이 많다. 나중에 매도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오래된 매물과 매물 물량이 많은 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정보교환도 소홀하면 안된다. 같은 중개업소라도 친분있는 사이일수록 좋은 매물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준다. 인근 중개업소의 친분유지는 물론 친구나 친척 등 주변인들에게도 매매의사를 밝혀 정보선점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좋은 물건을 남보다 먼저 살 수 있다.
주택의 내.외부의 약점을 파악해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히든카드로 내놓는 것도 요령이다. 급매물이라도 가격은 무릎에서 매입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급매물이라도 가격하락 폭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특히 확실한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이라면 매입을 망설일수록 손해다.
가격이 싸다면 왜 싼지 파악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저당권 설정여부와 가등기 설정여부 등을 확인해 거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현지 답사는 급매물 선택의 필수다. 지형과 도로 인접성, 조망권, 일조권, 건물 노후 정도, 주변 편의시설, 교통여건, 교육시설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싸게 나온 매물이라면 어느 정도 흠이 있기 마련. 주변에 있는 상가나 주민들에게 해당 아파트의 생활여건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현명한 매수자라면 자신의 투자목적과 향후 발전전망까지 두루 고려해 매물을 찍어두고 매매가를 수시로 체크하고 전체적인 시장상황을 관망하면서 매수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면서 “급매물이라도 가격대비 무조건 싼 매물만 찾을 것이 아니라 불황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