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재즈의 계절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계절이 여름인데, 이것은 한여름밤과 재즈의 낭만적인 앙상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여름밤의 열기 속에 재즈의 매력에 푹 빠질 기회들이 풍요롭게 마련돼 있다. 장마가 끝나고 여름이 절정에 오르는 7월 말부터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재즈 페스티벌
한국에서 재즈의 역사가 짧은 만큼 재즈 페스티벌이 시작 된지 그리 길지 않다. 이렇다 할 재즈 페스티벌이 없는 상태에서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는 가평군 휴양지에서 개최되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그 맹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여기에 비해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재즈 페스티벌이나 일본의 도쿄 재즈 페스티벌 등은 수도권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도심의 재즈축제로서 크게 각광 받고 있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기획한 것이 ‘써머 재즈 쎄너테리움(Summer Jazz Sanitarium 2006)’. 8월11~15일 서울 신촌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는 재즈 축제다.
이 축제는 특히 재즈 아티스트 로라피지의 방한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이아나 크롤, 다이안 리브즈 등과 함께 1990년대 두각을 나타내었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로라 피지.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엘라 핏제랄드, 페기 리, 줄리 런던을 잇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손색이 없는 풍성한 음량과 매력적인 보이스 그리고 곡에 대한 남다른 해석으로 자국은 물론 미국, 영국, 아시아 등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이미 몇 차례 내한 공연으로 로라 피지는 국내에도 친숙한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하였는데 그녀의 ‘Let There Be Love’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 사용돼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이 외에 그녀의 대표곡으로는 재즈계의 교과서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는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이 있다.
강대원 재즈컬럼니스트는 “그 동안 바쁘게 활동해온 로라 피지가 아주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며, “특히 이번 공연은 데뷔 15주년이 되는 해로 그녀의 다채로운 레퍼토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타는 듯한 색소폰과 차가운 피아노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론 브랜튼이 지난 5년간 한국에서의 활동을 기념해 만든 특별무대도 마련돼 있다. 이달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론 브랜튼의 서머나잇재즈’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해 주목을 모았던 신동 피아니스트 신의재군이 우정출연할 예정이다.
2001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연주를 해오고 있는 론 브랜튼은 이제 국내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국내 재즈 뮤지션들과 꾸준히 교류를 시도하며, 재즈클럽이 아닌 정규무대에 수준 있는 재즈 무대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온 론 브랜튼은 그 동안 금호아트홀, 호암아트홀, 문화일보홀,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과 리사이틀 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등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공연을 가져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매진행군을 계속하는 등 성공적인 활동을 해왔다. 2004년에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가진 ‘2004년 서머나잇재즈’는 공연 한달 전에 입석까지 매진시키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론 브랜튼 재즈그룹은 그 동안 론 브랜튼(피아노)과 클레(색소폰)를 축으로 여러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을 세션으로 기용하여 연주하는 방식을 택해왔으며, 매번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느낌의 연주를 선보였다. 이번 연주에도 클레(Klae)가 특별내한하며, 베이스는 ‘Urban Pops Orchestra’의 단원이자 홍순달 콸텟, 양준호 트리오 등의 멤버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성덕 씨가, 드럼은 블루레인, 트리오 유월, 말로밴드, 이영경 트리오 등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허여정씨가 맡아 호흡을 함께 할 예정이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뜨겁게 타오를 색소폰 그리고 지적이고 예리하며 쿨한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멜로디의 향연에, 정통 재즈무대에서 맛볼 수 있는 타는 듯한 스윙을 선사하게 될 이번 공연에서는 ‘If you Never come to Me’, ‘Pent-Up House’, ‘Ruby My Dear’, ‘Blues For Wood’, ‘Speak Low, Jiva Samba’ 등 정통 재즈 스탠다드에 김광석의 ‘외사랑’,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한국 대중가요가 재즈로 편곡돼 들려줄 예정이다.
파리지엔느의 낭만 보이스
상큼하고 달콤한 멜로디의 G market CF 삽입곡으로 친숙한 보컬리스트 클레망틴의 내한 공연도 준비돼 있다. ‘클레망틴 서머 재즈 콘서트’는 재즈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시원하고 상큼한 보이스로 펼쳐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클레망틴은 1988년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 자니 그리핀과의 작업으로 프랑스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렌치 팝 아티스트로서 단단히 자리매김 해 왔다.
프랑스는 물론, 일본에서도 높은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고 2000년 이후에는 매년 블루노트 4개 도시 투어를 하는 등 그녀는 왕성한 활동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앨범 ‘soleil’로 정식 데뷔했지만, 그녀의 음악은 훨씬 예전부터 한국 대중들에게 알려져 왔다. 한화건설의 꿈에그린, 하우젠 에어컨, 엔프라니 등 수많은 유명 CF삽입곡으로 사용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 국내에서 아직 정식 콘서트를 가진 적이 없는 클레망틴은 이달 28일 8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첫 내한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클레망틴 서머 재즈 콘서트는 프렌치 팝, 스무드 재즈, 보사노바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만의 상큼하고 분위기 있는 보이스로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감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