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에 대한 도전과 반발을 통해 새로운 실험 정신을 일깨우려는 시도로 만들어진 서울변방연극제가 올해로 9회를 맞는다. 이번 변방연극제는 ‘연극, 디자인하다’ 라는 컨셉으로 9월8~24일 서울 대학로 씨어터디아더, 열린극장, 신연아트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낙산공원, 쇳대박물관, 동숭교회, 인사동 쌈지길을 비롯 다양한 공연 공간에서 개최된다.
일상 어느 공간도 무대가 될 수 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크게 ‘실내 극장 공연 부분 - Theater Section’ 과 ‘대안 공간 공연 부분 - Alternative Theater Section’ 으로 나뉘어 펼쳐진다. 해외 초청작을 포함한 총 19개의 작품이 연극의 다양한 대안을 찾아 대학로 열린극장, 씨어터 디아더, 대학로 신연아트홀의 3개 극장과 마로니에 공원, 인사동 쌈지길, 대학로 일대의 여러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게 된다.
그동안 대학로 내 극장을 거점으로 주로 공연해 오던 변방연극제는 작년 ‘2005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보통시에 사는 특별시민들’을 시작으로 연극의 다양한 공간 실험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 변방연극제는 그동안 연극적 환경과 공간이 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거리극 등 다양한 실험적 장소를 모색해왔는데 올해는 더 나아가 대안공간의 실험과 창작방법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극제 관계자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일상의 어느 공간이든 공연 공간화를 이뤄냄으로써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에 대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젊은 연출가들의 인큐베이팅이자 나아가는 발판으로서 역할을 수행 해온 병방연극제가 극장대관이 어려운 인디 연극인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하주차장에서, 공원에서 넘치는 에너지
이번 연극제의 개막작은 캐나다 Joe Ink의 ‘GRACE: Electro-Visual High-Tech Dance’다. 멀티미디어 영상과 무용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다. 캐나다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JoeInk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상과 무용언어를 통해 보여주는 독특하고, 재치 있으며 또한 감성적인 작업을 1995년부터 꾸준히 지속해왔다.
국내 공식참가작으로는 꿈꾸는 자의 특권이라는 주제로, 동화적 이야기를 배우의 즉흥연기를 통해 매회 다른 색의 공연을 선보이게 될 드림플레이의 ‘별(S.T.A.R.)’, 영웅주의 민족주의에 대해 반박하면서 획일화된 정신적 가치를 비판하는 극단 통의 ‘카리스마’,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극단 놀땅의 ‘그녀를 축복하다’, 비주류 예술인의 자의식을 유쾌한 1인 펑크락 콘서트로 보여주는 멀쩡한 소풍의 ‘어느 락커 바지속 고백’, 일상에 대한 경쾌하고도 세밀한 무용언어와 연극언어를 선보이는 극단 오늘의 ‘더 벤치’, 관객의 참여를 통해 드라마의 줄거리와 형식 내용이 바뀌게 되는 양승주 연출의 ‘인터랙티브 드라마-선택’이 실내 극장 (Theater Section)에서 공연한다.
대안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식참가작 공연으로는 작년 변방 거리극 프로젝트에서 이동식 환경연극을 통해 가장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야외공연작품을 선보였던 열혈예술청년단의 ‘로미오와 줄리엣-그런지’가 낙산공원 일대에서 이동식으로 공연된다. 쇳대 박물관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움직임을 통한 공간 읽기를 시도하는 이소영 안무의 ‘Showindow-흔들리는 눈동자’, 동숭교회 앞마당의 공간을 활용하여 자유로운 장소에서 관객의 공연읽기를 시도하는 Atmen의 ‘기분전환’, 씨어터디아더 중정에서 공간 읽기를 시도하는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오브제 광대극 ‘기저귀 Man’ 등의 작품 또한 주목된다. 씨어터디아더 앞 공간에서 설치극 개념의 공연을 시도하는 환 Move의 ‘궤도’, 2005 과천 한마당축제 야외공연 자유참가 대상 팀인 기막힌 놀이터의 일상의 한 켠에서 새로운 환상을 제공할 스트리트매직과 일상 군무를 연출하게 될 작품 ‘아주 가끔은?’과 함께 미술적 개념의 퍼포먼스와 극적 환경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대만 작가 예이리(Yeh Yi-Li), 정시준(Cheng Shih-Chun), 그리고 종묘공원의 이야기꾼들의 모습에 모티브를 받아 설화 속 이야기를 1인극 형식에 담아 창작해낸 극단 마실의 ‘달려라달려달달달’이 인사동 쌈지길에서 선보이게 된다.
대안 공간 공연은 연출가 및 출연진의 구성이 다양하고, 각자 전문 분야에서 각자의 독립적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젊은 연출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도 공간 읽기 이상의 또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안공간 공연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관객비평가 수다로 일침을 놓다
변방연극제의 또 하나의 묘미는 부대행사다. 올해도 관객과의 대화, 국제 워크샵, 학술 세미나, 관객 비평단 수다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9월6일 오후 1~3시에는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Joe Ink의 공연 인터랙티브 메디아 댄스(Interactive Media Dance) ‘GRACE: Electro-Visual High-Tech Dance’와 연계해 Joe Ink의 예술감독이자 연출가인 Joe Laughlin와 공동 연출자이며 비주얼아티스트인 Jamie Griffiths와 함께 ‘영상, 인터랙티브 움직임’에 대한 국제 워크샵을 개최한다. 연극제 관계자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실시간 영상과 움직임의 만남을 위해 창작자, 무용수, 안무가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어떠한 창작 방법으로 작품화 시키는지에 대한 과정을 한국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관객비평단의 활동 중 가장 적극적인 활동으로 ‘관객비평단 수다회’가 마련돼 있다. ‘관객비평단 수다회’는 해당하는 주중에 공연된 연극들에 대하여 관객비평단이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소모임이다. 관객비평단은 세 팀으로 나뉘어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변방사무국 사무국장과 함께 모임을 가지게 된다. 또한 ‘관객비평단 수다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그 다음주차 웹진에 그 내용이 게재된다. 이를 통해서 공연을 본 관객들이나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전문적인 시각을 통해 작품을 이해시키는 기사를 제공하고, 공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찾는 방안을 모색한다. 뿐만 아니라 이 자료들은 9월26일에 진행되는 ‘품평회’에 활용될 것이며, 참가작품의 연출가들 및 관련자들에게 전달되어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작품의 연출가 및 관련자들과 관객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다. 관객들의 질문에 연출가와 그의 관련자들의 답변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이고자 하다. 연극제 기간 동안 각 공연극장에서 공연이 끝난 직후 진행되며, 장소 편의상 실내공연만을 대상으로 한다.
학술세미나는 연극의 눈으로 공간을 바라보고자 하여 재발견된 공간들에 대한 탐구 ‘연극으로 공간을 디자인하다 - 극장공간에서의 연극, 대안공간에서의 연극’이 9월26일 오후 4~6시에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예술원 4층에서 열린다. 세미나가 끝나고 같은 날 같은 장소 오후 7~9시 마지막 행사로 ‘품평회’가 진행된다. 참신함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젊은 연출가들이 무슨 고민을 했는지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행사 기간 동안 관객비평단과 관객인터뷰를 통해서 수렴된 관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서울변방연극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동시에 참가작의 연출가들에게는 공연 작품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면서 연극제를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