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왜 토종이 아닌 일본계 대부업체로 몰리는 걸까. 일본계는 시스템 구축이 잘 돼 있어 이용하기 쉽고, 자산규모만 100억 원 이상으로 안전성이 높고 믿을 수 있다. 토종은 태생적 한계와 주먹구구식 영업형태는 선진신용평가과 추심시스템을 갖춘 이들과 경쟁이 거의 불가능하다. 높은 이자율과 불법 추심 등으로 고객 피해 발생이 많은 것도 대부분 토종 영세업체인 것이 사실이다.
대부소비자금융협회 대부업피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설 이후 접수된 피해신고 171건 중에는 대출사기(27%), 법정 이자율 위반(22%), 불법 채권 추심행위(16%) 등의 순으로 많았다. 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대부분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토종업체였고, 고금리 불법 사채로 서민들을 궁지에 내몰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는 연 66%로 제한하고 있지만, 토종업체는 평균 연 223%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 66% 금리가 높다고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부업계는 시장의 현실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66% 중에서 일본계는 본국에서 자금 조달금리로 6~7%를 끌어 모을 수 있어 상황은 좀 나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등록 대부업체는 평균 21% 정도의 조달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그나마 우량기업은 15%에 빌리고 5억 미만의 사채업자 조달금리는 30%에 달한다. 여기에 20% 정도는 광고비와 사무실 임대,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 때문에 저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일본계는 경쟁적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며 대출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달금리로 높게 칠 수밖에 없는 토종 영세업체는 그만큼 지하세계에서 불법 고금리 사채를 운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66%에 이용할 자격이 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축에 낀다. 은행과 캐피탈, 대부업체 마저 대출을 거절당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 고금리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금융거래는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등급 10등급 기준으로 6등급 이내는 은행권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다시 8등급 이내서 저축은행과 캐피탈로 흘러들어 간다. 여기서도 거절당하면 다음은 등록된 대부업체로 가고 최종적으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가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일본계 대부업체를 이용하려고 갔던 사람들 중 100명에 25명만이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퇴짜를 맞고 돌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말한다.
금리는 은행이 연3%, 카드사가 연 28%, 캐피탈 연 50%, 저축은행 연 55%, 대부업체가 연 66%, 사채시장이 평균 연 22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금리 사채시장이 난립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현행 대부업은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단속하게 돼 있지만, 관계 공무원이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여기에 사채업자들도 혹시 ‘재수가 없어서’(?) 걸려도 벌금 몇 백만 원만 내면 된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