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마니아를 중심으로 미술품 투자가 재테크로 각광받고 있다. 미술품 투자가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는 재테크 수단이지만 아직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술품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유명 작가의 작품이 크게 오르자,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일반인들에겐 아직도 생소한 분야라 선뜻 나서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술품 투자는 일부 부유층이나, 미술품에 평소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품 투자가 메리트가 있는 건,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양도 시 투자차익에 대한 세금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특히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소액투자자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미술품 투자가 부자들만의 잔치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싸지 않은 소품이나 신진작가의 작품 위주로 구매하는 소액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저개발국 미술품 등은 아직 가격이 매우 낮아 발빠른 투자자나 소액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10년 전 중국에서 사업을 한 K씨는 평소 그림을 좋아해 중국 화가의 작품 몇 점을 사 모았다고 한다. 당시 한 작품 당 수 십 만원씩에 구입했지만, 개중엔 지금 유명한 작가가 되어 수천, 수억까지 호가할 정도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미술품 경매 사이트 nk몰(www.nkmall. com) 박영복 대표는 “최근에는 젊은층 사이에도 돈을 모아 원하는 작품들을 구입해서 돌려서 감상하거나 그림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치 상승이 높다고 판단되는 작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미술품 전문가들은 “미술품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수집을 하다 보면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우환의 작품은 지난 2001년에 비해 200% 가량 상승했다. 또 국내 미술시장의 대표적인 ‘블루칩’으로 일컫는 박수근, 김환기 작품도 같은 기간 150%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남교역 박영복 대표는 “관심 있게 작품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작품을 고르면 투자가치가 있다”면서 “월북화가 유고작품들은 엄청나게 저평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물린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지앙핑 메이와 마이클 모제스 교수가 미술품의 가격 상승률 추이를 분석해 개발한 ‘메이모제스 지수’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술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0.5%이다. 이는 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인 10.9%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시중금리가 연 3~4%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식 따라하기 투자는 ‘금물’
하지만 단순히 ‘투자’만 보고 덤벼드는 건 큰 오산이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미술품은 투명하게 가격이 예측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는 안목에 따라 희소가치가 높아져 큰 이문을 남길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미술품 경매의 경우 배당수익이 없고 컬렉터 컨설팅 비용이나 경매 참가비용 등을 감안하면 확실한 ‘블루칩’ 작품이 아닌 이상,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경우도 생긴다.
컬렉터들은 작품을 선별해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을 과학적으로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만 보고 무조건식으로 사재기 하는 것은 금물이다. 얼마 전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경매에서 한국작품이 저반에도 못 미치는 낙찰률을 기록한 반면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쏠렸었다. 이는 작가의 지명도보다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가 있는 작품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누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사서 재미를 봤다더라”는 말만 듣고 작품을 사들인 투자자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