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말기 풍경이 흔히 그렇듯 조선말기 또한 변혁과 격동의 전환기였다. 예술은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 더욱 풍부해 지기 마련이다.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이 19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개최하는 ‘조선말기회화전-畵員ㆍ傳統ㆍ새로운 發見’은 장승업, 허련 등 조선시대 마지막 대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조선 말기의 미감과 분위기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획이다.
김정희 ‘반야심경첩’, 유숙 ‘홍백매도8곡병’
리움 미술관의 고미술 첫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개관 2주년 기념 전시로 1995년의 ‘대고려국보전’, 1996년 ‘조선전기국보전’, 1998년 ‘조선후기국보전’에 이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 시리즈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중반 이후 근대 전까지의 회화를 주제로, 김정희 ‘반야심경첩’, 유숙 ‘홍백매도8곡병’ 보물 2점을 포함해 조선말기 회화를 대표하는 서화가인 김정희, 장승업, 허련, 김수철, 홍세섭, 안중식, 조석진 등의 대표작 80여 점이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의 내용은 기존 단원화풍의 전통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장승업, 안중식, 조석진 등의 화원들의 작품과, 김정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조선말기 전통 문인화의 완성과 변화, 남종화의 바탕 위에 새로운 화풍을 창조한 김수철, 홍세섭 등의 이색화풍과 조선말기 새로이 나타난 여러 주제들을 ‘화원(畵員)’, ‘전통’,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조명한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년을 기념해 김정희의 대표적인 글씨를 전시한 특별실을 마련하여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끈 거장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통과 근대의 ‘사이’
조선말기는 19세기 중엽 이후 일제 침략기 이전까지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전통과 근대를 연결하는 전환기로 세도정치와 동학운동 등 쇠퇴하는 왕조의 모습과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사회적인 변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기의 혼란은 새로운 문화 향유층 등장의 바탕이 되었으며,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외세의 간섭은 외국의 다양한 문물의 유입으로 이어져 다시 새로운 문화의 도입으로 귀결되었다.
따라서 조선말기는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모습이 돋보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라는 부정적 인식과 맞물려 소홀히 다루어져 왔으며, 특히 회화 분야는 제대로 소개되고 평가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다양하고 독특하게 진행되어온 조선말기 회화의 여러 흐름을 한 자리에 모아 봄으로써 이들의 특징과 의미를 살펴보는 한편, 조선후기와 근대 회화에 밀려 소홀히 되었던 이 시기를 재조명해 조선말기 신감각을 대표하는 새로운 미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개막 후 작품 보존 및 새로운 작품 소개를 위해 교체 전시도 준비돼 있다.
심포지엄 등 다각적 기획
조선말기 회화와 미학에 대한 다각적 이해를 돕기 위한 강의와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다음달 11일 오후 2시에는 문화재위원장 안휘준 교수 등 학계 최고 권위자의 발표 및 질의로 이루어지는 ‘조선말기회화전’ 심포지움이 삼성미술관 리움 강당에서 개최된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달 25일과 12월16일 오후 2시에는 각각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명지대 이태호 교수의 강연회도 기획돼 있다.
또한 조선시대 회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물과 전시화가의 이력 및 주요작품을 검색할 수 있는 ‘작가검색대’, 회화 작품 감상의 묘미를 짚어주는 ‘Review & Detail’, 어린이 눈높이에서 전시를 새롭게 해석한 ‘어린이전시’ 등의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