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의 묘책으로 금리인상과 공급증대, 분양가 규제 등이 제시된다. ‘금리인상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 결정으로 금리인상은 일단 물건너갔다. 예상대로 정부는 공급증대와 분양가 규제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정부의 집값 잡기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이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도 정책은 시장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늑대와 소년 이야기’처럼 정부의 어떤 정책도 불신하는 현상이 언제부턴가 자리 잡고 있다.
‘금리 인상’ 빠진 공급확대, 분양가 인하
일단 차기 대책은 공급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방안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나온 방안을 종합해 보면 그렇다. 그러나 추가 대책이 나온다 해도 실수요자 중심의 매수가 줄어들지 않아 대세 상승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증대=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심리가 제거되지 않고 단기수급불안 역시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내년 선거철의 기대심리와 봄철 전세난이 겹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공급확대를 위해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2008년 8개 신도시 공급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밝히고, 아파트 공급 물량, 시기 등을 명시한 '공급확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시장 염려를 불식시키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토지공사는 내년에 700만평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택지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공급증대 정책은 시장에 주택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세금은 공돈’이라는 정부의 인식이 공급정책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
△분양가 인하= 용적률 상향 조정, 녹지비율의 조정 등을 통해 분양가를 20~30% 인하하는 분양가 상한제 방안도 모색됐다. 그동안 분양가 인하는 꾸준히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인하폭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공공택지 지구 밖 광역 교통시설 같은 기반 시설 설치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기로 해, 형평성 문제와 재정 부담으로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부동산 가격을 국가가 결정하면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분양가 인하 방안은 시장 실패에 정부 실패까지 더하겠다는 발상으로 여겨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인하해도 집값 잡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목표로 하기보다 적정선에서 안정시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세금폭탄’ 안 먹혀 ‘금융규제’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된다. 올 들어 급팽창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0월 2조7,414억원이 늘어 지난 3월 3조728억원 증가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당초 ‘세금폭탄’에서 ‘금융규제’로 부동산 정책을 선회하면서, 대출총량 규제와 금리인상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콜금리 동결 결정으로 무산됐고 대출총량 규제는 시장친화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감을 안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의 강화를 계산에 넣었다. 전자는 은행권에 후자는 제2금융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들은 담보가액의 40% 이내서만 대출을 해주도록 돼 있다. 이를 저축은행으로까지 확대해 부채를 활용한 주택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과 맞물려 시중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기존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0.2% 포인트 안팎 수준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두자릿수를 돌파하지 않는 한 최근 집값 상승률이 금리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장기적인 매수세 억제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문섭 서울부동산 경제연구소장은 “요즘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약 3분의 1정도는 은행의 융자를 받아서 사기 때문에 만약 금리가 높아지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참여정부가 공급확대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정책을 강구한 것 같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 같다”면서 “세제나 재건축 완화 조치가 아닌 한 이 정부는 향후 2~3년 내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주택공급 규모를 정확히 알림으로써 가수요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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