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일방적 시혜 아닌 교류이자 순환”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수경 사무총장
윤 총장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교육'으로 꼽으면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어려서부터 남을 보살피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즉 따뜻한 관용을 가르친다면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
매년 이맘때면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수경(58) 사무총장이다. 1998년 초대 사무총장으로 취임, 지금까지 5년간 모금회의 실질적
지휘자이자 살림꾼의 몫을 담당하고 있는 윤 총장은 연말이 되면 기업이나 단체를 다니며 성금 모으랴, 모금 상황 점검하랴,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참가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24억원 많은 921억원을 목표로 잡아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윤 총장을
만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내용과 배분현황, 나아가 우리나라 기부문화 실태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성금 배분 투명성 필수
모금은 어떻게 이뤄지며, 어떤 사업들이 추진됐나?
모금은 크게 연말집중모금과 연중모금캠페인으로 나누어지는데 매년 연말, 사랑의 열매 발대식, 캠페인 출범식, 방송모금 등 각종 이벤트 및
콘서트를 통해 집중모금을 실시하고 연중에는 사랑의 계좌, 한사랑 직장 모금, 사랑의 자투리 캠페인 등을 통해 모금한다. 2003년부터는
연합로또 및 엔젤로또 기금 이관으로 복권기금이 신설됐는데 지금껏 총 3,515억원의 성금으로 13만여건의 민간복지사업을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1,430만명의 이웃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또한 농어촌 이동복지관, 아동공부방, 그룹홈, 쉼터, 외국인노동자 의료지원 등 기존 공공복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곳을 지원했다.
배분처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공정하고 투명한 성금 배분이 모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매년 5월 지원사업 공모를 하고, 사회복지단체로부터 접수 및 신청을
받아 공정성·효율성·투명성의 원칙 하에 사회복지 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위원회가 서류, 면접, 현장실사를 통한 심의과정을 거쳐 기관을 선정,
지원한다. 배분사업이 종료된 후 평가단이 계획대로 집행됐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 지속 여부 등을 결정하며, 현저히 미흡할 경우
환수 조치한다.
사행성 사업, 일정기부 법제화 필요
현 우리나라 기부 현황은 어떠하며, 장애 요소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연도별 1인당 기부액을 보면 1999년 463원, 2000년 1,109원, 2001년 1,359원, 2002년 2,213원, 2003년
2,714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으나 호주가 80,000원인 것에 비해 또한 아시아 주요 경쟁국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연말연시에 전체 모금의 70%가 집중되는 등 일회적이고 일시적인 기부가 주를 이루고, 생활 속에서 나누는 개인 기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급의 자동이체 등 다양한 참여방법과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금상품이 부족하고, 모금단체들의 투명성이 아직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
마케팅과 결합된 형태인 공익연계마케팅 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공익연계마케팅은 기업들이 단순히 기부금을 내고 끝내던 것에서 벗어나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회 환원
취지에 부응, 상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언론 등의
홍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여 판매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어서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처럼 도박 경마 경정 경륜 등의 사행성 사업과 주류에 일정 금액의 사회복지기금을 기부하도록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교육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어려서부터 남을 보살피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야 한다. 남을 이기라고 가르치는 건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잘못된 교육이다. 이기적인 훈육에서 벗어나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관용을 가르친다면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기부가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시혜가 아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건강해지고 교류하는 사회 순환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세금공제 제도가 철저하게 이뤄져 기부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나라도
모든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를 하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이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고 권장해야
할 것이다.
공공복지 예산 확충 노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번 ‘희망2004이웃돕기캠페인’ 목표 모금액 921억원을 포함, 총 1,779억원(복권기금 550억원 포함)의 이웃돕기성금을
모아 저소득층 아동교육 및 의료지원, 장애인 이동권 확대, 독거노인 의료비 및 주거환경 개선 등 2만5,000여 건 이상의 민간복지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기부문화 확대를 통해 계속적으로 민간복지 재원을 늘려 재원부족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나아가 공공복지
예산을 확충할 수 있도록 민관간의 협의를 이끌어 내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윤 총장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세상은 3단계로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1단계는 무질서, 2단계는 규정·규칙이 예외 없이 엄격히 지켜지는 세상이다. 지금 현 우리나라는 1단계와
2단계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세상은 이해와 사랑이 충만한 3단계다. 좌측통행이 규칙으로 정해졌어도 우측통행하는 이가
있으면 지적을 하기 전 길을 터주면서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이해해주는 사회,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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