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열리는 세계보도사진전이 50주년을 맞아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결산한다. 3월12일까지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50년간 선정해온 세계 사진의 걸작들 중 걸작들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며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는다. 동시에 한국의 보도사진 또한 함께 전시해 세계사의 흐름 속에 한국사의 줄기를 읽을 수 있게 기획됐다.
브레송, 살가도 등 대가들 한 자리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 등 세계 보도사진사의 한 획을 긋는 주요 사진가들과 이들의 기념비적인 사진 200여 점이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전시 형태는 잡지, 신문 등의 인쇄 매체를 중심으로 프린팅, 영상 등 다양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1955년 파리 마치에 소개된 러시아 민중을 담은 사진을 비롯, 키프로스 가지버람 터키 여성이 그리스 터키 전쟁의 희생자인 남편을 울음으로 애도하는 모습을 담은 1964년 수상작, 니제르 카오 가뭄 희생자를 담은 1974년 수상작 등 역사의 비극들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987년 미국 블랙스타지에 실린 한국의 어머니 사진도 있다. 한국 구로동 한 어머니가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한 아들이 체포된 후 시위 진압 경찰에게 애원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1987년 올해의 사진 수상작이다. 이외에도 이한열 군이 머리에 최루탄 파편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동료 학생이 구출하는 정태원 ‘6월항쟁’ 사진이나 황종건의 ‘518민주화운동’ 사진 등 유명한 한국사의 현장의 보도사진들도 볼 수 있다.
1991년 이라크 미군 하사관이 걸프전 전투 마지막 날 오발사고로 사망한 동료 병사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습이 전시되는가 하면, 2003년 이라크 나자프 포로수용소에서 이라크 남성이 아들을 달래주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소개된다. 10년 이상을 이어온 이라크의 비극이 씁쓸함을 더한다.
보도사진의 역사
이번 전시의 제목인 ‘존재 그대로의 사실(Things as they are)’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꾸거나 속이지 않고, 실수와 혼동 없이 응시하는 것은, 모든 창작물들보다도 그 자체로 더 고귀하다’는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말처럼 세계의 여러 보도사진들을 통해 지난 반세기에 걸친 그 역사를 존재 그대로의 사실로 바라보며 성찰할 기회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55년 네덜란드 왕실의 후원으로 설립된 세계보도사진재단(World Press Photo Foundation)은 포토저널리즘의 전문성을 고양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공유를 증진한다는 목표로 매년 세계보도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보도사진전은 이제 50주년을 넘어 보도사진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됐다.
해마다 보도사진전을 보면 지구상의 그늘진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에 새삼스런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압제와 폭력 속에 신음하는 민중의 통곡이 계속되고 있음을 사진은 고도의 미학적 시선으로 전달한다. 특히 지난 반세기의 사진들을 한 자리에서 보며 인간은 변하지 않고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은 가도 비슷한 형태의 비극들이 반복된다. 그것은 가뭄이나 지진 같은 재앙보다 대부분 인간의 파시즘과 폭력성 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