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모든 것을 현실로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 송강호가 조폭이란 특별한 직업을 일상적으로 표현한다. 평범한 아빠가 되고 싶은 고달픈 중년 조폭의 삶을 그린 영화 ‘우아한 세계’는 다양한 송강호 캐릭터의 집대성이다.
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우두머리로 ‘송강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래 ‘얕은 지식, 더듬는 말투, 그러함에도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로 표방되는 송강호의 연기 스타일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우아한 세계’가 기대되는 것은 그가 ‘넘버3’ 이후 9년 만에 그의 첫 출세작 조폭 연기로 복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록 물고기’ ‘넘버3’의 조폭 역할 외에 ‘복수는 나의 것’ ‘효자동 이발사’ ‘괴물’ 등의 다수 작품에서 송강호는 모든 것을 걸고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그리고 ‘반칙왕’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샐러리맨으로 조직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달픔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가족들과의 우아한 삶을 위해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조직 생활을 하는 ‘우아한 세계’의 ‘강인구’는 송강호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총망라한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역할 하나하나에 특별함을 부여하고 각인시켰던 그에게 있어 ‘우아한 세계’는 자신의 연기를 집대성하는 특별한 기회이자 또 다른 도전인 것이다.
개봉을 앞두고 가진 언론간담회에서 송강호는 “나와 주인공 인구는 닮은 점이 많다. 가정에선 아빠로, 남편으로 최선을 다하고 사회에서는 한 조직 내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일반적인 40대 가장의 모습을 진실된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며 캐릭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했다. ‘우아한 세계’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직업으로서 조직을 담긴 했으나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40대 남성의 삶 자체가 느와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활 느와르라는 장르를 선보이게 되었다”는 말로 영화적 의미와 송강호 캐릭터를 설명했다.
감독은 “우리 생각에 폭행을 휘두르기만 할 것 같은 40대 조폭은 실제로는 힘이 많이 약해져 있고, 근근히 생활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조폭 취재기를 전했다. “가족 모르게 활동하기도 하고 화려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많은 취재를 하긴 했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기 위한 취재이기 보다는 조폭이라는 한 소재에 대한 취재였다”는 한 감독의 말은 진일보한 조폭 캐릭터를 창조해낼 송강호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우아한 세계’에서 맡은 역할을 소개한다면.
강인구라는 역할로 40대 초반의 한 가정의 가장이고 직업은 조직의 중간 보스다.
많은 흥행작을 남겼는데 ‘우아한 세계’에 대한 흥행 예감은.
특별히 이 작품은 흥행이 될 것이다, 아니다 기준을 정하거나 분류하지는 않고 작품 자체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아마 이 점은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흥행 가능성으로 출연작을 결정하지 않는다지만, 영화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선택 능력이 뛰어나기 보다는 한결같이 뛰어난 감독들을 만났고 그래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을 인상적으로 본 관객이다.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작용해서 ‘우아한 세계’ 시나리오 탈고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메이킹 필름을 보면 식당에서 오달수와 물을 뿌리며 싸우는 장면이 있던데 물을 뿌리면 옷이 젖어서 NG가 나면 새로 찍기가 어려웠겠다.
그 씬은 3번 만에 찍었다. 오달수는 극중에서 친구 ‘현수’로 나오는데 ‘인구’와는 다른 조직의 중간 보스이다. 식당에서는 일과 관련된 일로 만났는데 죽마고우이다 보니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는 것이고 다투는 장면은 아니다.
‘우아한 세계’의 ‘인구’가 송강호 캐릭터의 집합이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캐릭터의 집합이란 말은 사실 대단한 연기를 펼쳤다기 보다는 나와 많이 닮아서 그런 것 같다. 또한, 밖에선 일로 생존 경쟁을 하고 가장에선 최선을 다하는 40대 초반 가장 ‘인구’는 가족, 일, 자녀와의 관계에서 일관된 캐릭터를 갖는 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감정을 갖고 있어서 그 점이 캐릭터의 집합이라는 말을 나오게 한 것 같다.
실제 40대 가장인 점이 같아서 많이 와 닿았을 것 같다.
‘인구’가 몸담은 조직에서의 생활, 건달로서의 ‘인구’의 삶은 단지 영화적 표현이고 영화 속 ‘인구’에게 그것은 일반 회사원처럼 단지 직업일 뿐이다. 가정에선 아빠로, 남편으로 최선을 다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면서 사회에서는 한 조직 내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40대 가장의 모습이 ‘인구’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우아한 세계’의 조폭은 서민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다른 영화에서의 조폭과 차별화를 둔 점이 있다면.
‘인구’는 하는 일이 조폭일 뿐이다. 그 점이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조폭이라는 직업에 부여된 영화적 장치나 입체적 묘사의 포인트는 갖고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는 가장의 모습이 ‘인구’다. 가장이면서 아빠이고 직장인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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