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 세우기는 나의 사명”
단군서 순종까지, 선조 105명 살려낸 만몽 김산호 화백
“누르하치를 민족사에서 배제한 것은 식민사관의 영향입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땅에 살면서 나라를 세운 그가
왜 우리 조상이 아닙니까.”
한국 최초의 SF만화 ‘라이파이’를 그려 한민족의 잠재된 저력을 과시했던 작가 김산호(62)씨. 그가 40여년 만에 또 다시 일을 냈다.
한민족의 역사를 주체적 시각에 따라 새롭게 조명한 ‘한국 105대 천황존영집’출간이 바로 그것.
마고 주신의 천지창조부터 9,000년전의 한님, 즉 환인 7대와 밝달한국(倍達桓國) 한웅(桓雄) 18대, 대쥬신제국(大朝鮮帝國)의 47대
초상화, 그리고 부여의 6대 단군님들과 이 땅에서 흥망성쇠를 계속했던 선조 등 105분의 존영(尊影)이 유화로 담겨져 있다. 존영화집 출간과
함께 지난 8월22일부터 9월10일까지 경복궁역 전시장에서 ‘단군의 힘, 통일의 그날까지 - 한국105대 천황존영’ 전시회를 가졌다.
그는 만주에 작업실을 두고 경기도 용인을 오가면서 민족의 발자취와 숨결을 찾는데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한 그의 노력들이 작품 하나하나마다 담겨있다. 특히 시조단군부터 조선 순종까지 105명의 선조들을 유화를 통해 재탄생시킨 것은 의미가 크다.
김산호씨의 작품과 사관(史觀)에 대해 들어보자.
이번 전시회를 보면 단군에 대해서 평소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점들이 꽤 있다는데.
솔거가 그린 단군의 그림은 솔거가 꿈에서 본 모습으로 신선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단군은 기개가 넘치는 장군이었다. 말을 타고 아시아를
주름잡았던 한민족은 기마족이었다. 단군은 신선이 아니라 씩씩한 기마병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또 우리의 역사는 지금까지 단군을 단 1명으로만 거론해 신격화했다. 하지만 단군은 1명도 아닐뿐더러 신도 아니다. 단군이란 임금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지만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하늘의 명령을 받는이’ 라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 몇년전 단군의 목을 친 기막힌 사건을 접하게
됐다. 잘못된 역사 교육 때문이란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단군을 단지 신화로 치부하고 신격화했기 때문이다. 산해경이나 중국 역사를 봐도
단군은 역사적 사실이고 우리 조상인데 말이다.
존영집을 보면 요·금·청도 배달민족이라고 보고 있다. 독특한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전혀 독특할 것이 없다. 지금까지 잃어버리고 왜곡된 역사를 복원했을 뿐이다. 나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었다.
만주족은 고구려족의 후예다. 청을 건설한 누루하치의 성씨는 ‘애신각라’로, 신라 마의태자 일파의 후손이다. 우리 민족의 이동로를 살펴보면
흉노·모용·선비족들 모두 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루하치를 민족사에서 배제한 것은 식민사관의 영향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땅에
살면서 나라를 세운 그가 왜 우리 조상이 아닌가.
105대 천황을 그리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1960년대 ‘라이파이’로 당시 안기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창작의 자유가 없는 한국이 너무 싫었다.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살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싫어서 떠난 조국인데 조국의 돌 하나, 풀 한 포기가 그리웠다.
그런데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을 일본이나 중국의 속국쯤으로 아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의 역사성, 전통성을 찾아 역사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이 거대한 나라임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을 다니면서 자료를 얻었다. 한국에는 너무 자료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책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와 한민족의 넓은 기상을 알 수가 있다. 그런 책과 자료, 문헌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고 천황들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다.
우리 역사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한웅님이 나라를 만든지 5,900년이 지났다.
일제에 의해 눌려진 우리의 역사가 광복 이후 일본에 유학간 친일학자들에 의해 계속 왜곡돼왔다. 특히 고 이병도 박사의 식민주의 사관이 우리
역사교과서에 그대로 실려 잘못된 교육이 이뤄졌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 주체적인 사관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올해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읽었다. 축구 염원을 위해 붉은 악마들이 쓰고 나온 ‘바이킹 모자’는 바로 배달한국 14대인
치우천황이었다. 이는 10·20대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재현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 필요한 것은 올바른 주체적 사관을 세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회를 일본과 해외에서도 열 예정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도 전시회를 갖고 싶다.
이젠 만화계보다 사학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선인으로 태어난 내 업보가 아닐는지. 사학자들은 ‘제 밥 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자신들의 학설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주체적 사관을 알리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 완성한 한국 105위 천황 존영은 사단법인 태천단 설립추진위원회(www.damool.net)가 설립할 예정인 여주 태천단에 영구
전시될 계획이다. 태천단은 황제가 하늘의 위임을 받아 백성을 다스린다는 약속을 하는 제단이다. 고종황제 때 우리에게도 현재의 웨스턴조선호텔
자리에 환구단이 있었다. 일제에 의해 없어졌지만, 이제 우리 천황들의 역사를 인정한다면 환구단을 다시 세워야 한다. 앞으로 9층쯤 되는
태천단을 짓기 위해 모금을 펼칠 예정이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