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민족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하다
태풍
루사가 스쳐가면서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가뜩이나 농산물 개방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
아닌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재난이 아닌가. 수재민들은 지금 물 한 모금을 못 먹고 망연자실해 있다.
우리 나라와 민족에게 조만간 닥쳐올 위기는 태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산아시안게임에 북측선수단이 참가하고 남북축구대회가 열렸지만 북한을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서해대전이 벌어졌듯이 휴전선 155마일에서 그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총 뿌리를 겨누고 있다.
남북 문제는 안보와 국방 문제가 직결된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60만 명의 젊은이들이 투입돼야한다. 군비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에 파급 효과도 크다. 남북문제는 우리의 위기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또 국내 자동차가 1천만 대를 훌쩍 넘어섰고 기름 없이 가동이 어려운 국가경제인데 중동전선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틀림없이 닥쳐올 유가파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IMF 경제난에 간담이 서늘해졌던 우리에게 외환문제도 결코 소홀할 수가 없다.
우리 나라는 교역이 없이 살아가기가 어려운 나라다. 산출자원 중에 필수적인 석유·석탄·철광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자원들을 사들여
오기 위해서는 수출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전자·통신·조선·자동차 산업을 키워 달러를 벌어 들여야한다.
우리 나라 주요 교역 국가는 미국과 중국, 일본·러시아 등이다. 우리는 이들의 정치·경제·사회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야 한다. 지금 중국에서는 교역량을 늘리는 조건으로 농산물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는 자유무역시대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전자·컴퓨터·자동차 산업 등 고부가치 산업에서
수출을 늘리는 대신, 농수산물은 수입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값싼 저임금의 노동력도 적극 수입해야한다.
산업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도 매우 높다. 특히 관광산업은 외화가득률이 90%를 넘는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은 1명이 약 1천5백 달러 정도를 쓴다고 한다. 이는 컬러 TV 11대를 팔아야 벌을 수 있는 돈이다.
교육 문제도 우리에게 큰 장애물이다. 교육자원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자원이다.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교육은 이제 공급자 위주보다는 사용자
지향의 교육으로 바뀌어야한다. 우리는 교육에 대한 지나친 열정으로 누구나 무조건 대학과 대학원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교육을 받은 당사자나 기업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학의 교수 채용도 국내에서 받은 학위보다 외국에서 받은 학위를 선호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무거운 가방에 밤새워 공부하지만 교육효과에서는 고개를 흔들고 있다.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해외로 나가 선진국 교육을 받아야 하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외화 소비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무도 교육문제 해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위기에는 국가지도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한다.
뛰어다니고 확인해야한다. 위난을 정확히 예측하고 사전에 방지해야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문제를 슬기롭게 판단해야한다. 주변과 측근들은
정말 귀를 열고 사심없이 도와야한다.
올해 12월에는 21세기의 초석을 다지는 우리의 국가 지도자를 선출한다. 지금 오르내리는 대통령 후보들이 과연 나라와 민족이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가장 슬기롭고 올바로 판단하며 앞장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