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뉴시네마의 거장 따비아니 형제의 1980, 90년 작업을 대표하는 걸작이 소개된다. ‘피오릴레’와 ‘로렌조의 밤’은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주관적인 해석의 장을 여는 따비아니 형제의 영화적 색채가 잘 드러난 작품. 두 작품 모두 판타지와 우화, 신화와 전설을 도입해 상상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시적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따비아니 형제의 오랜 영화 동지인 작곡가 니콜라 피오바니의 음악이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우라로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전적인 에피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영화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놓치지 말야야 할 작품들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다시 돌아온다‘피오릴레’는 잔인한 운명에 휩쓸린 베네데티 가문의 역사를 세 커�
최근 한국영화에서 남과 북은 화합 분위기가 한창이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이중간첩’ 등에서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개인’이 분단 상황의 화두였다면, 근래 개봉작 혹은 예정작인 ‘간 큰 가족’ ‘천군’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영화에서 이미 전체주의 논리에서 벗어난 개인은, ‘감동적인 화합’을 꿈꾼다. 주목할 것은 이 화합 메시지의 저변에는 반미를 바탕으로 한 세력 연합, 그리고 얄팍한 민족주의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우리들만의 평화로 인한 힘의 확장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은 최근 영화 속 해빙 무드들을 반갑게만 볼 수 없게 한다.회귀에 대한 꿈이 만들어낸 완벽한 낙원영화는 철저한 판타지다. 판타지 공간은 6·25 전쟁에서 빗겨난 기적의 마을 ‘동막골’. 이 마을은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향수, 혹
조선왕조실록에는 오랑캐를 무찔렀다는 정체불명의 ‘신병(神兵)’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 신병이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군인들이라면? 그들이 조선시대 영웅을 만난다면? 역사에 대한 이 같은 흥미로운 상상이 영화 ‘천군’의 출발이 됐다. 이순신의 청춘 시절에 대한 SF적 상상 보고서인 이 영화는 ‘남한정권의 의도적 영웅 만들기’라는 대사까지 넣으며 ‘이순신 신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청년 이순신은 도적질 사기 밀매까지 일삼는 한심한 백수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써 대중은 영웅을 원한다는 이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을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민족을 앞세우며 ‘남한정권’과 같은 방법으로 이순신 신화를 극대화시킨다. 이 영화가 선택한 흥행전략은 앞으로는 ‘영웅 이미지 뒤집기’라는 현대적 발상을 내세우고 �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 탐미적 영상으로 사랑의 상처를 담아내온 왕가위, 복잡미묘한 인간관계를 냉철한 시선과 참신한 언어로 변주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천재감독 타이틀을 얻은 스티븐 소더버그, 스릴러 구조 위에 관음주의적 욕망과 당대 문화상을 반영해 낸 ‘욕망’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이름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는 이 3인의 세계적 거장이 한 자리에 모여 짜릿한 대화를 나눴다. 미묘한 사랑과 욕망의 감성을 독특한 영상언어로 풀어낸 이력들을 저마다 소유한 이 거장들이 에로스란 테마 아래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는 에로티시즘의 성찬이자, 희귀한 럭셔리 종합선물세트다. 말년의 노장에게 던진 철학적 질문국내에서 이 영화의 홍보는 왕가위 감독에게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이지만 사실 ‘에�
정통 어드벤처 영화는 1980년대에 종식된 장르일까? ‘인디아나 존스’ 이후 나온 모험영화들은 하나같이 80년대 걸작 어드벤처물들의 아류 혐의를 풍기며 낡은 스타일을 반복했다. 흥행 여부는 막론하고 말이다. 사막 액션 모험극 ‘사하라’ 또한 시놉시스만 봐도 ‘보물찾기’ 80년대 모험물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것을 시대착오라고 욕하기도 힘든 것이 미국인들에게 이 판타지는 엄연히 진행 중인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영화 촬영 중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해 화제로 모았던 이 영화는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미국인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롤러코스터 설계도 같은 스토리‘사하라’는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미국에서 어드벤처 작가 클라이브 커슬러의 동명 소설. 스토리는 어떻게 하�
개발독재시대의 슬픈 자화상 무등산타잔, 박흥숙감독 : 박우상 출연 : 고주원, 김규리, 이종수, 이재은 1975년 광주. 빈민들의 억울한 일들을 도와주는 ‘무등산타잔’ 박흥숙은 광주 제1의 조직 폭력 집단인 O.K 파에게 습격을 당하고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그런 그를 간호하는 영신. 격랑의 세상 속에 촛불 같은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그리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 위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흥숙.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이기에 연좌제로 합격이 취소됐다는 통보가 날아온다. 한편 O.K 파의 실세가 된 두수는 흥숙의 동네 철거 임무를 자청해서 맡는다. 사시미칼과 무자비한 폭행이 난무하는 철거현장. 마침내 흥숙의 피와 땀으로 지어진 집이 불타고 말리던 어머니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정신을 잃는다. 영화와 현�
최근 재미있는 ‘화장실 평론’을 들었다. ‘스타워즈’의 완결판 ‘시즈의 복수’ 시사회가 끝나고 극장 화장실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다. “결말이 이상해.” “뭐 뻔하지. 후속편이 나오겠네. 저 아이가 커서 지 아비랑 싸우겠지… ‘내가 니 아비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안 만든다던데.” “그 말을 믿어? 헐리우드 놈들이 언제 그런 말 지켰냐.” 이 대화는 물론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어이없는 몰이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6편의 대서사시를 절반으로 나누어 뒷부분을 먼저 시작했다. 국내에서 ‘스타워즈 1’으로 개봉한 첫 번째 시리즈의 원제는 ‘스타워즈 :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다. 즉 이 완결편의 결말은 1977년의 최초 공개된 시리즈와 연결된다.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는 30년 가까이 진행된 ‘스타워즈’ 신화의 화룡정점이다. 이�
‘호러 계절 왔다, 납량 여행 떠나자!’ 올 여름은 극장가 공포물 순례를 떠나도 좋을 만큼, 공포영화 풍년이다. 공포 색채가 강한 스릴러 ‘혈의 누’ ‘남극일기’ 등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고, 본격적 더위에 때맞춰 충무로는 ‘분홍신’ ‘가발’ ‘여고괴담4’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 영화 ‘착신아리2’에 이어 ‘토미에-리버스’가 4년 만에 국내 개봉하고 태국 영화 ‘셔터’도 서늘한 공포를 준비하고 있다. 올 여름 극장가를 비명에 휩싸이게 만들 결정적 요인은 헐리우드 공포물의 범람. ‘하우스 오브 왁스’ ‘그루지’ ‘링2’ ‘다크워터’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등 여름 내내 행진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미국식 공포가 유행하고 있느냐? 알다시피 오히려 그 반대다. 올해 호러의 경향에서 재미있는 점은 바로 일본식 공포의 점령이다. 헐리우�
영화 ‘남극일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재미있는 일치를 보여준다. 5년간 9번의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쳐 85억의 거액을 붓고 2개월 이상 뉴질랜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한 이 작품의 제작 과정은 ‘도달불능점’을 향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속 6인의 탐험대와 닮았다. 미지의 땅에 도전하는 등장인물처럼 영화는 충무로에 전례 없는 소재를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구현한다. 그것은 모험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모험은 영화의 대사처럼 “무슨 의미가 있는가?” 되묻게 한다. 캐릭터들의 자의식이 그렇듯 스토리는 분열되고, 감독은 감당하지 못할 주제를 최도형 대장(송강호)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인다. 그 결과 영화의 미학적 흐름은 대원들의 운명과 같은 길을 따라간다. 상반기 최고 블록버스터‘남극일기’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에서도 1순위라고 할
기억찾기 로드무비 추방된 사람들감독 : 토니 갓리프출연 : 로맹 뒤리스, 루브나 아자발, 레일라 마크훌루프 전쟁의 상처와 같은 화상자국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노는 아랍이름을 가졌지만 프랑스인 이라 말하는 나이마에게 황당한 제안을 한다.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을 가로질러 알제리에 가자” 부모가 떠난 조국으로, 자신들의 근원으로, 문명사회를 등지고 음악만을 가지고서 훌쩍 떠난 두 사람. 이들은 5,000km에 달하는 그 여정의 길로 뛰어든다. 자유로운 영혼들은 안달루시아의 음탕한 금기에 한때 매료되지만 결국 지중해를 건너기로 결심한다. 소리없이 퍼져가는 죽음의 공포 그루지감독 : 시미즈 다카시 출연 : 사라 미셀 겔러, 제이슨 베어, 클리어 듀발교환 학생으로 남자친구 피터와 일본에 머무르던 카렌은 연락도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친구 요키를 대신�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지다 밀리언즈감독 : 대니 보일출연 : 콜라드 아그보크, 알렉스 에텔, 루이스 맥거본영국의 화폐 ‘파운드’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10일 전. 9살 형 안소니와 7살 동생 데미안 형제는 아빠와 함께 어느 조용한 마을로 이제 막 이사를 왔다. 어느 날, 기찻길 옆에서 놀고 있던 두 형제 앞에 열차 강도가 실수로 던진 커다란 가방 하나가 뚝 떨어진다. 그 안에 든 것은 자그마치 100만파운드라는 엄청난 양의 현찰. 하지만 이 돈의 사용기간은 유로화 통합 전 단 10일뿐이다. 난데없는 돈벼락을 맞은 두 형제는 일단 맘껏 이 돈을 쓰기로 한다. 조선시대 연쇄살인, 피의 스릴러 혈의 누감독 : 김대승 출연 : 차승원, 박용우, 지성 19세기, 조선시대 말엽,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마을 동화도. 어느 날 조정에 바쳐야 할 제지가 수송선과 함께 불타는 사고
스타란 이런 존재다. 그가 입은 옷은 불티나게 팔리고, 그가 간 식당에는 사진이 붙으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함께 유명인이 된다. 문근영은 스타다. 그것도 활동이 없을 때도 인터넷 인기검색어 10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대박 스타임에도 안티가 없는 연예계의 희귀종, 별 중의 별이다. ‘댄서의 순정’은 그런 그녀가 선택한 영화다. 그녀의 차기작이란 말은 곧 흥행을 보장받았다는 말과 동의어다. 대중은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적어도 영화 관계자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적당히’ 컨셉,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댄서의 순정’은 스타성의 한계를 실험하기 좋은 영화다. 과연 관객은 스타를 보기 위해 어디까지 허접한 영화에 아낌없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어린신부’는 스타성이 승리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문근영이란 배우가 가진
국내 미개봉 최신작을 영화관과 TV에서 동시 개봉하는 'KBS 프리미어'가 화제다. 6주 동안 6편의 작품을 KBS 2TV '토요명화'와 단성사 3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이번 기획은 4월 첫째주 '신부와 편견'을 시작으로 '머시니스트' '퍼펙트 크라임'까지 진행되면서 마니아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이번 프로젝트는 호황 속에서도 다양성의 빈곤을 겪고 있는 한국 극장가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됐다. 지난 2004년 국내 개봉된 영화 중 한국과 미국 영화가 전체 국적별 점유율에서 95.4%를 차지했다. 예술성과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실험성이 강한 비헐리우드 작품들은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지상파 TV 또한 흥행작만 반복 상영하고 있어 문화 편식증을 부채질 해왔다. 'KBS 프리미어'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공영방송으로서의 반성이자 쇄신이다.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한 �